[책의 향기]한국식 ‘대단지아파트’ 원형을 파헤치다
1961년 5월 28일 대한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에 장동운 이사장이 취임한다. 그는 같은 해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의 주요 인물이었다. 취임과 동시에 장동운은 서울 안에 고층 단지식 아파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다. 군부는 2년 뒤 민정 이양을 약속했고,…
- 2024-04-06
- 좋아요 개
- 코멘트 개
1961년 5월 28일 대한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에 장동운 이사장이 취임한다. 그는 같은 해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의 주요 인물이었다. 취임과 동시에 장동운은 서울 안에 고층 단지식 아파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다. 군부는 2년 뒤 민정 이양을 약속했고,…
이금이 작가가 올해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엔 번역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수상했지만, 한국인 글 작가가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금이 작가는 수백…
아마도 그의 트럼펫 연주는 인간의 목소리에 매우 가깝지 않나 싶어요.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쳇 베이커는 정말 로맨틱한 사람이었죠. 동시에 아주 많은 고통도 지니고 있었을 겁니다. 난 그가 사랑과 이해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믿어요.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런…
부지런한 독서는 마오쩌둥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그는 장정에 나서 옌안에서 철수할 때 다른 건 다 버려도 책만은 버리지 않았다. 공산 정권을 수립하고 나서는 수만 권의 책을 모아 개인 장서실을 만들었다. ‘마오의 독서생활’이라는 책이 나와 있을 정도다. 그는 온갖 종류의 책을 읽었지만…
“편의점 차리는 건 어때?” 1990년대 중반 30대인 저자는 남편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다. 저자는 유치원, 남편은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었지만 부부가 함께 자영업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편의점을 차리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고 …
수련의를 갓 마친 영국 청년이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멀리 떠난다. 그는 유럽대륙과 중동을 거쳐 남아프리카로 향하더니 이내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다. 그러곤 호주와 동남아시아, 인도를 찍고 중국으로 향한다. 장장 6년에 걸쳐 75개국, 8만6000여 km를 자전거로 내달린 저자의 장구…
1930년대 전 세계를 덮친 경제 대공황 당시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했고, 일본은 군국주의화됐으며, 스페인에선 내전이 일어났다. 저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하는 지금의 현실도 약 9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
‘2021년 기준 1인당 총소득 전국 1위, 하지만 늙은 도시.’ 저자는 울산을 이렇게 정의한다. 부유하지만 혁신을 주도할 청년들은 떠나고 장년 노동자와 퇴직자만 넘치는 껍데기 같은 도시. 신간은 ‘대한민국의 산업 수도’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살핀다. …
작가는 천문학 박사이며 현직 연구원이다. 작가 소개를 인용하자면 “우주 공간을 지켜보는 일”을 하고 있어 그의 소설은 관점이나 스케일이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소설집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낭만적이다. 작품집의 주제의식은 분명하다. 인간의 조그만 지식으로 광대한 우주를 이해할 수도, …
엄마의 죽음은 거대하게 벌어진 구멍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그 빈자리에 대해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 구멍을 절실히 메울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될 날을 눈앞에 두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항상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나를 먹여줄 엄마는 거기에 없었다. 미국 …
지난해 12월 미국 하원의 교육위원회 청문회장. “유대인 제노사이드(인종학살)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징계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대 등 명문대 총장들이 하나같이 “맥락에 따라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등 동문서답을 하며 대답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서점 주인을 꿈꿔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환상을 충족시켜 보고 싶다면 일본 도쿄 진보초 거리에 있는 책방 ‘파사주 바이 올 리뷰스’로 가보면 어떨까. 이 책방에선 서점 주인이 될 수 있다. 월 임대료 5500엔(약 5만 원)만 내면 누구에게나 …
19세기 중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멜버른, 남아공 트란스발에서는 골드러시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금광 개발의 이면에는 앵글로색슨 백인들의 중국인 노동자 착취가 있었다. 중화를 자처한 청나라가 갑자기 반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서구 열강이 주도하는 세계 자…
“좋은 일자리, 좋은 돈벌이,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찾아갈 곳은 캐나다 앨버타주 북부의 ‘오일샌드(원유 성분이 함유된 모래)’ 광산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고향인 캐나다 동부의 해변마을 케이프브레턴을 떠나려고 한다. 목표는 단 하나. 돈을 벌어 대학 학자금 대출을 단…
2020년 12월, 한 재심법정에서 내려진 선고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988년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범행을 자백해 20년간 구금됐던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 재판부는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사과하며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
‘워킹 데드(Walking dead)’라고 하면 저 유명한 미국 TV 드라마 속 좀비를 떠올리겠지만, 현실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존재한다. 코타르증후군(Cotard’s syndrome)이 그런데, 이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죽었다거나 신체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내장이나…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여러 해석을 내놓곤 한다. 특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주인공의 감정과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은 더욱 그렇다. 물론 인터뷰를 찾아보면 작가와 감독의 생각을 유추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영화를 찍는 이의 입장에서 쓰인 글을 읽으면 창작자의 의도…
나는 제자리에 서서 눈앞에 자리한, 한 치의 틈도 없이 조밀하고 짙은 어둠 속을 바라본다. 나는 어둠이 변하는 것을 본다, 아니, 어둠이 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어둠 속의 무언가가 어둠과 분리되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제야 나는 그것이 자세히 보인다.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
#1 세라는 집안에 침입한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가해자의 부모는 아들의 ‘훌륭한 인성’을 증언해 달라는 편지쓰기 캠페인과 변호사 선임비 후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몇 주 뒤 세라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임을 언론에 공개했다. #2 로지는 동생이 아빠에게 심하게 얻어맞…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한국 최초 여성 대법관 김영란의 ‘판결’ 시리즈 세 번째 책이 출간됐다. 전작 ‘판결과 정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평하며 우리 사회의 쟁점을 짚어 왔다. 이번 책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