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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천천히 달려요, 14살 멍멍이를 위해

입력 2013-10-19 03:00업데이트 2013-10-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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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야
소마 고헤이 글·아사누마 도오루 그림·안미연 옮김/30쪽·1만 원·은나팔
은나팔 제공
앉으라면 떡하니 앉고, 손을 달라고 하면 왼쪽 앞발을 슬며시 내밀 줄 아는 개가 있습니다. 이름이 ‘호두’랍니다. 맛난 밥을 앞에 두고도 침만 흘리며 꾹 참고 있기도 합니다. 아이가 기다리라고 했기 때문이지요. 넓은 공원에 가서 뛰어놀 때는 더 신이 납니다. “점프!”도 척척, “거기 서!”도 척척 잘해 냅니다. 자전거 타고 달릴 때면 늘 뒤서거니 앞서거니 속도감을 함께 즐겼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그 집에서 살아온 호두는 이제 열네 살. 아이보다 훨씬 많은 나이입니다. 열네 살이면 사람은 청소년이지만 개는 다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미 칠순을 넘긴 나이입니다.

이제 보니, 예전과는 부쩍 달라진 호두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앉으라는 소리도 안 들리는지 딴청을 부리기 일쑤입니다. 거기 서 있으라는데 반대로 뛰어오기도 합니다. 점프하란 말에는 못들은 척 슥 지나가 버리기도 하네요. 뭘 하기도 귀찮은 얼굴입니다.

동물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습니다. 품종이 무엇인지, 덩치는 얼마 만큼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보다는 훨씬 더 빨리 나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동물도 사람처럼 나이 먹으면 몸이 아프기도 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지요.

요즘 개를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늙어서 병들고 기운 없는 동물 대신 더 귀엽고 활달한 동물로 갈아 치우기 위해 버려지는 경우가 상당수라네요.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호두의 달라진 행동을 내내 지켜보던 아이는 처음엔 의아해하다가 점점 걱정이 많아집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얼마 후, 늘 호두에게 지시만 하던 아이가 달라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뒤따라오는 호두를 바라보며 천천히 페달을 밟습니다. 열네 살 호두를 위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려갑니다. 반려란, 가족이란 이런 것입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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