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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달빛에 물든… 통도사의 천년설화들

입력 2013-10-19 03:00업데이트 2013-10-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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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조용헌 지음·김세현 그림/264쪽·1만5000원·알에치코리아
통도사 금강계단이 있던 연못터에 얽힌 설화를 형상화한 김세현 화백의 그림. ⓒ김세현
똑같은 이야기라도 햇빛에 말리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말리면 전설이 된다고 했다. 삼국사기가 전자에 가깝다면 삼국유사는 후자에 가깝다. 삼국유사에는 우리나라 유명 사찰의 창건 설화가 가득하다. 이 책은 그런 삼국유사의 전통을 계승한다. 다만 사찰은 딱 하나에 집중했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다.

천문 지리 인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강호동양학’을 표방하는 저자는 한중일을 통틀어 600여 사찰을 답사하면서 사찰인문서를 구상했다고 한다. 사찰을 통해 동서양의 신화를 교차시키고 불교신앙과 민속신앙, 풍수사상을 두루 펼쳐 궁극에는 하늘 자연 인간의 이야기를 하나로 집결시키는 책이다. 저자가 고민 끝에 그 무대로 고른 사찰이 통도사다.

왜 통도사일까. 딱 부러진 설명은 없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646년에 지은 천년 고찰이란 역사성, ‘심산명당은 오대산이고 야지명당은 통도사’라는 풍수성, 오리 닭 봉황 독수리 용 개구리 같은 동물에 얽힌 전설이 많다는 신화성이 두루 작용한 듯하다. 통도사라는 특수성 못지않게 수많은 사찰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일반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찰은 연못이나 늪지대에 지어져 물을 다스리는 용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통도사 금강계단 자리엔 원래 아홉 마리 용이 사는 연못이 있었는데 자장율사가 이를 쫓아내고 한 마리만 남겨 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 금강계단은 그 아래 부처님 사리와 가사가 모셔져 통도사를 불보사찰로 불리게 했고, 전국의 승려들이 이 금강계단 아래를 통(通)해야 득도(得度)할 수 있다는 뜻으로 통도사(通度寺)의 뜻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통도사는 아홉이란 숫자와의 인연도 깊다. 일제강점기 통도사 부흥을 일으킨 스님이 아홉 개의 강을 건너왔다는 뜻을 지닌 구하(九河) 스님이다. 구하 스님의 제자인 경봉 선사가 가왕 조용필을 만나 “가수면 꾀꼬리로구나? 꾀꼬리를 잡아와라”라는 선문답을 남겼고 이 화두가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를 낳게 했다는 일화는 보너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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