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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사설]극과 극 오가는 트럼프, ‘편의적 낙관’에 빠진 한국외교

입력 2017-05-04 00:00업데이트 2017-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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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각기 다른 인터뷰에서 “상황이 되면 북한 김정은과 영광스럽게 만나겠다”, “군사행동을 해야 한다면 행동한다”라고 극과 극을 오가는 발언들을 하자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대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원칙과 방향 없이 ‘따뜻한 햄버거 협상’부터 ‘강력한 군사적 망치’까지 모든 옵션을 모아놓았을 뿐 임기응변식 대응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정작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갈팡질팡하는 우리 정부다.

정부 관계자들은 진의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동맹 차원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발언에 기존의 미국 부담 원칙과 합의만 강조한 채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는 밝히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이 나올 때까지도 “미세조정 수준 아니겠느냐”는 한가한 얘기만 했던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일각에선 ‘미국 내 지지층을 향한 국내 정치용 발언’ ‘향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용 발언’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만큼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밀고나가고 있는 사람도 없다. 그는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를 ‘미국인 일자리를 죽이는 협상’이라며 재협상을 주장했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도 “전액 부담은 왜 안 되느냐”며 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다.

한미 관계 전문가는 “한미 관계에서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뤄지리라는 낙관적 사고)’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드 비용과 방위비 분담금, 한미 FTA 재협상은 이제 거쳐야 할 필수 과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020년을 평화헌법의 개정 목표로 제시하는 등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고 있다. 미국의 속내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춰 제 갈 길을 착착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더는 위시풀 싱킹에 빠져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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