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나 사고 원인, 예단과 일방적 발표를 우려한다

동아일보 입력 2013-07-10 03:00수정 2013-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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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사고 원인을 놓고 미국 언론의 보도 태도가 정도를 벗어났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은 “경험 없는 기장”이라든가 “샌프란시스코 첫 비행” 같은 기사로 사고 원인을 조종 과실로 단정하는 듯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미 양국의 합동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된 마당에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일방적 브리핑을 근거로 그런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브리핑 자제를 요청한 것은 당연하다.

동영상을 통해 착륙 당시 속도가 크게 떨어졌고 비행고도가 정상고도보다 훨씬 낮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원인은 조종 실수 외에도 관제 잘못이나 기체 결함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언론은 “조사당국은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며 조종 실수로만 몰아가고 있다. 사고 기종인 B777을 제작한 보잉사나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잘못은 아예 없다는 식의 ‘애국주의적’ 보도 경향은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가 아니다.

항공사고의 원인 규명은 길면 몇 년씩 걸리는 것이 관례다. 1997년 승객과 승무원 225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에 대한 NTSB 조사는 2년 6개월, 1999년 대한항공 스탠스테드 사고 때는 3년 7개월이 걸렸다. 사고 조사는 현장 조사, 블랙박스 해독, 운항 정비 기체 등 분야별 상세 조사, 기술검토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조사팀은 또 조종사와 승객 등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낸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아 항공을 더 안전하게 하는 데 있다.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의 경우 앞이 분간 안 되는 악천후와 착륙장치 결함도 문제였지만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도 사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전문가들이 원활한 소통을 위해 조종실 내 영어 사용을 권유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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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는 공항 내 사고이고 블랙박스도 회수돼 원인 규명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NTSB는 수많은 사고 조사를 통해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과거 일부 조사가 미국 국익에 기울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는 그런 오해가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하기를 바란다. 국적기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애국주의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양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진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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