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정권의 '反民意' 정치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6분


여권이 자민련을 국회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다. 어제 장재식(張在植) 민주당 의원이 자민련으로 이적한 것을 보면 여권이 이성을 잃고 무슨 ‘오기(傲氣)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얼마 전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에 ‘임대 입당’했을 때 이미 여론은 정당정치의 원칙과 민의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그래서 자민련에서 제명 당한 강창희(姜昌熙)의원뿐만 아니라 하물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 같은 ‘의원 임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또 ‘임대 소극(笑劇)’이 연출된 것이다. 마침 한나라당이 안기부 예산횡령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틈에 벌어진 것이다. 민주당측은 장의원의 이적이 “정국안정을 통해 경제를 재도약토록 해야겠다는 고뇌 어린 충정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나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길인가. 우리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의원의 이적은 또 한번 정도(正道)정치를 외면한 파당적 작태로 정국불안을 더욱 부채질하는 악수(惡手)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으며 물러나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은 소신껏 일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 같은 소신은 어디까지나 민심과 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의원 임대’에 따른 여론의 질타를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피해가려 한다면 그야말로 민심과 민의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정치사를 봐도 지도자가 민심과 민의를 외면하면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는 8일의 청와대 회동에서 장의원의 이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하자면 DJP공조 복원의 첫 작품이 ‘의원 임대’합의인 셈이다. 앞서 의원3명도 DJP의 사전 합의에 따라 이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DJP의 각본에 따라 ‘거래’되는 상황이라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DJP는 정치판을 떡주무르듯 하는 자신들의 독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여권은 DJP공조가 정국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민련이 꼭 교섭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총선 민의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계속 ‘무리수’를 낳는 원천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민심을 역행하지 않기 위해서도 ‘의원 임대’는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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