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삼성이 매긴 대학서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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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선 그제 ‘삼성 ○○대’가 1위부터 15위까지를 몽땅 차지했다. 자신의 대학이 삼성에 몇 명 추천할 수 있는지 찾아보려는 대학생들의 검색이 빗발친 결과다.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해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현 KT 회장)의 교수 임용을 반대해 결국 무산시킨 것을 상기시킨다. 평소엔 삼성을 비판하면서 취업할 땐 삼성을 제일 좋은 직장으로 여기는 대학가의 모순된 모습이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의 대졸 공채에 매년 20만 명이 몰린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나오자 삼성은 새로운 채용제도를 마련했다. ‘열린 채용’을 내걸었는데 대학별 할당 인원이 알려지면서 모두가 불만을 터뜨렸다. 지방대보다 적은 30명을 배정받은 이화여대는 ‘여성 차별’이라고 항의했다. 서울대보다 5명 많은 성균관대만 몰래 웃었을까? 그렇지만 성균관대가 서울대보다는 5명, 고려대 연세대보다는 15명 많은데 굳이 이렇게 논란을 부를 일을 왜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업이 인재를 어떻게 뽑느냐는 정부나 시민사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어떻게 써먹느냐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 다른 기업에서도 사원 선발이나 인사에서 대주주의 고향 쪽 대학을 우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삼성으로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의 그룹 최고사령부인 미래전략실이 그제와 어제 연달아 회의를 한 모습에서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삼성의 대학별 추천 할당 인원이 공개된 후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을 할당받은 호남지역 대학들의 항의가 거세다. 영남의 25% 수준인 호남의 대학들은 ‘지역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삼성은 “이공계 우대 결과”라고 해명했으나 파문이 커졌다. 이공계가 강한 대학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산학(産學)협력을 통해 육성한 사례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래저래 살펴야 할 곳이 많은 것 같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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