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해외항로 늘리고 영공 열겠다” 하늘길 제재풀기 나서

변종국 기자 , 천호성 기자 입력 2018-05-02 03:00수정 2018-05-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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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北-美회담]국제민항기구에 공식 요청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자국 영공 개방을 포함한 국제항로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릴 경우에 대비해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1일 ICAO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3월경 ICAO에 국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했다. ICAO 관계자는 본보의 서면 질의에 “북한이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Trans-Regional routes) 개설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ICA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럽 및 북대서양 지역 회원 국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ICAO는 북한이 요청한 구체적인 항로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영공을 지나는 항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ICAO가 우리 정부에 북한의 요구에 대한 검토 의견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항공사에 자국 영공을 열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한이 ICAO에 요구한 국제항로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 우리 영공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국제항로 확대 움직임은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이 정기선으로 운항하고 있는 국제노선은 평양∼베이징(北京), 평양∼선양(瀋陽), 평양∼블라디보스토크뿐이다. 2011년만 해도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독일 등 최대 10개까지 국제노선을 운영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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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 이후 노선은 대폭 축소됐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지난해 북한의 잇단 핵도발로 ICAO가 북한 영공 주변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주요 해외 항공사도 우회해 비행하고 있다.

북한이 자국 영공 개방에 적극적인 이유는 경제적 실익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영공 통과료는 회당 약 8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도 북한 영공 개방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평양 비행정보구역(FIR)을 개방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 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사가 북한 영공을 통과할 경우 인천∼미주 노선의 경우 약 200∼500km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의 영공 개방 의지로 인천∼평양, 인천∼삼지연 등을 연결하는 남북한 직항로 개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 당시 남북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까지 직항로를 개설하자고 합의했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기에는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북-미 정상회담 이후 유엔 대북제재가 일정 부분 해소돼야 한다. 북한의 공항 인프라와 비행기 보유 현황이 국제 항로를 넓히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남북한 직항로에 취항하는 것은 수익성도 따져봐야 하지만 삼지연 공항의 관제 수준 및 공항 인프라가 뒷받침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유엔 대북제재도 있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국제항로 개설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먼저 나서서 항로 개설이나 영공 개방을 요구한 건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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