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달은 사실 지구 주위를 돌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5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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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보는 달 모양이 음력 한달 주기로 바뀌는 건 달이 지구 주위를 한바퀴 돌 때도 태양 방향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보는 달 모양이 음력 한달 주기로 바뀌는 건 달이 지구 주위를 한바퀴 돌 때도 태양 방향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 추석에는 ‘진짜 보름달’이 뜨지 않았다더니, 이번에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게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Da clip]보름달,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사실 이 제목은 거짓말입니다. 달은 지구 주위를 도는 게 맞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 자체가 조금씩 시대 반대 방향으로 변하다가 8.85년이 지나야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위키피디아 공용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 자체가 조금씩 시대 반대 방향으로 변하다가 8.85년이 지나야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위키피디아 공용


그런데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냐고요? 그건 달이 지구를 도는 동안 지구도 태양 둘레를 돌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지구 관점에서 보면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게 맞지만, 태양 관점에서 보면 달은 지구 둘레를 돌지 않습니다.

일단 ‘잡학사전의 본좌’라 할 수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볼까요?



하늘색 선이 실제로 달이 지구 주위를 움직이는 경로입니다. 태양을 도는 지구에 ‘타고 있는’ 우리가 볼 때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궤도 안팎으로 S라인을 그리면서 달이 따라오는 모양새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지구가 까만 점선을 따라 움직일 때 달은 빨간 선 모양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퀴즈. 그러면 태양을 중심으로 달이 공전하는 궤도를 그리면 아래 그림 중에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까요?




바로 위 애니메이션이 힌트였습니다.
④가 정답입니다. 좁게 보면 S라인을 그리면서 안팎을 오가는 것 같지만 태양계로 범위를 넓혀 보면 원형에 가까운 모양새를 띄게 됩니다. 또 여러분이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아 S라인을 과장해 그리기도 했습니다. 보름 동안 실제 지구와 달이 태양 둘레를 보는 경로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타납니다.




이제 또 여러분께 거짓말한 걸 사죄할 때가 됐습니다. 달이 지구하고 거의 비슷한 궤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게 거짓말은 아닙니다. 태양이 가만히 멈춰있는 것처럼 설명한 게 거짓말입니다.

태양도 우리 은하계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합니다. 자연스레 태양계에 속한 천체들도 태양을 따라 움직이겠죠? 우리는 보통 태양계를 볼 때 태양을 중심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지만 실제 태양은 아래 그림 같은 각도로 움직입니다.

www.scienceminusdetails.com 캡처
www.scienceminusdetails.com 캡처


그러면 태양계는 어떻게 따라 움직일까요? 아래 애니메이션이 정답입니다.


태양이 돌면서 공전하는 게 아닙니다. 태양 공전 궤도(노란선)를 중심으로 카메라를 회전시키는 것처럼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각 색깔 선은 행성별 이동경로. www.rhysy.net 캡처

멋있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 은하는 또 대우주를 중심으로….

요컨대 세상에 괜히 ‘우주적인 기적’이라는 표현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우주적인 기적이 쌓이고 쌓여 이번 추석을 함께 보낸 그 분(들)과 만나게 된 겁니다.

그러니 혹시 추석에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지 못하셨다면 아래 보름달 사진을 보시면서 그 분(들) 안녕을 기원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gna.com
황규인 기자 kinI@dogna.com


물론 여러분이 이 글을 읽게 되신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우주적인 인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소중한 인연 맺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평안하시고, 남은 연휴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 우주적인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으시다면 페이스북 fb.com/bigkini에서 저를 찾아주시면 됩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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