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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현주엽 “농구 인생 길잡이”… 신기성 “카리스마 부러워”

입력 2017-07-21 03:00업데이트 2019-12-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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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부터 코트의 소문난 단짝… LG 현주엽-신한은행 신기성 감독
현주엽 LG 감독(오른쪽)과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이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고려대 동기인 둘은 대학 시절부터 소문난 명콤비였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런 인연 흔치 않다. 프로농구 LG 현주엽 감독(42)과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42). 고려대 94학번 동기인 둘은 현역 시절 오빠부대를 이끈 스타다. 군대도 같은 날 입대해 같은 날 제대했다. 동기 가운데 프로감독이 된 것도 둘뿐이다. 올 4월 사령탑에 선임돼 정신이 없는 현 감독을 위해 지난해부터 신한은행을 맡고 있는 신 감독이 기꺼이 먼 길을 달려와 경기 이천의 LG 챔피언스파크를 찾았다.

○ 서로 ‘고수’임을 직감한 고교 시절


현주엽 감독(오른쪽)과 신기성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은 군 복무를 함께하면서 같은 날 전역했다. 왼쪽은 조상현 오리온 코치, 왼쪽에서 세 번째는 임재현 오리온 코치. 동아일보DB
첫 만남의 기억부터 강렬했다. 휘문고 에이스였던 현 감독은 “신 감독과는 고3 때까지 말 한마디 안 해 봤다. 무심코 송도고 경기를 보는데 신 감독이 수비수를 바보로 만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웃었다. 신 감독은 “고1 때 춘계대회에서 현 감독을 처음 봤는데 선배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농구를 하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고려대에서 둘은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서로에게 ‘짝’의 농구, ‘박자’의 농구를 알게 해준 은인이다.

“처음이었어.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모든 방향에 현 감독이 서 있었지. 내 패스를 받아 득점할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 못해. 감각을 타고났으면서도 동료를 배려했던 주엽이와 4년을 함께 뛴 나는 행운아지. 하하.”(신 감독)

“대학에서 포인트 가드를 잘 만나 농구에 눈을 떴지. 눈빛만 봐도 예측이 되는 농구를 언제 해봤겠어. 신 감독 덕분에 농구 이해도가 높아졌지.”(현 감독)

○ “프로에서도 같이 뛰었으면…”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 감독은 잠시 농구계를 떠나 있었다. 사업에도 실패했고 사기도 당했다. 다시 농구계로 돌아오기 민망한 처지. 그때 현 감독을 코트로 인도한 이가 신 감독이다. 해설위원을 하다 고려대 코치로 선임된 신 감독이 후임으로 현 감독을 추천했다. 현 감독은 “나의 길잡이라고 할까. 인생 길 안내를 잘 해주는 것 같아. 신 감독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면 되니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신 감독은 “솔직히 현 감독이 많이 부러웠다. 체력, 센스에 상황 판단 능력까지 내게 없는 장점이 많다. 선후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카리스마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큰 아쉬움도 있다. 같은 프로 팀에서 뛰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신 감독은 “2005년에 현 감독이 자유계약선수(FA)로 KTF(현 kt)에서 LG로 갔을 때 사실 나도 TG삼보(현 동부)에서 LG로 갈 수 있었다. 여러 사정 때문에 KTF로 갔지만 같이 뛰었다면 모두에게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 서로 자리를 바꾼다면?

두 감독은 각각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팀을 맡고 있다. 새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 만약 역할을 바꾼다면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까.

“에이스 김단비를 전담할 코치를 먼저 뽑겠어. 내가 그 포지션을 해봤잖아.”(현 감독)

“나는 조성민을 소통 창구 겸 전력 구성의 핵심으로 활용할 것 같아. 그 안에서 김시래가 정돈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만들 것 같은데. 어때?”(신 감독)

편한 친구로 만났지만 어느덧 둘의 표정에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현 감독은 “그만두는 날까지 선수들과 소통하려 해. 신 감독은 자기 할 말 아끼면서 입장 배려 잘 하잖아. 나는 조금 더 강하고 이기적이지. 신 감독을 배울게”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현 감독을 보면 나와 무언가를 같이 짊어지고 가는 게 숙명처럼 느껴져. 지도력과 전술을 많이 참고할게”라고 답했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단짝은 중년이 돼서도 굳게 손을 잡았다.
 
이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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