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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사교육 제로 농촌 고교가… 도시서 ‘못 보내 안달인 학교’ 됐다

입력 2017-06-06 03:00업데이트 2019-04-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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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 학교였던 경기 화성고의 대변신
경기 화성고는 사교육 시설이 부족한 농촌 지역 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 강사까지 모셔와 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의 방과후 프로그램인 ‘튜터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1일 학생들이 신촌메가스터디학원 이상준 강사로부터 수학 수업을 듣고 있다. 화성=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2017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10명, 고려대 27명, 연세대 12명 등 명문대 합격생을 대거 배출했다. 외국어고나 서울 강남의 유명 학교 입시 성적이 아니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대대로 기피 학교로 꼽히다 이제 인근 지역에서까지 학생들이 몰려드는 경기 화성고 얘기다.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과 영어 토론 수업을 꾸준히 진행해 학생들은 자기주도형 학습을 저절로 익혔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노력한 교사들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미운 오리’가 ‘백조’로 거듭났다.

이 학교 최승일 교사는 2002년 입학을 권유하러 찾아간 학부모에게서 들은 한마디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 자식은 그 학교 안 보냅니다.”

자신은 배움이 짧아 이렇게 살지만 자식은 ‘반듯하게’ 키워야 하니 수원으로 ‘유학’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이런 외면이 이어졌지만 학교를 살리겠다는 학교와 교사, 뜻있는 학부모의 의지는 더 강해졌다. 사립 실업계고였던 화성여상은 2003학년도부터 일단 인문계 2개 반을 만들고 화성고로 이름 지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다. 여상이었던 학교에서 어떻게 대학 갈 학생들을 잘 가르치겠느냐는 불신이 너무 컸다. 교사들은 학생 집까지 찾아다니며 입학을 설득했지만 인문계반 운영 첫해에는 정원 76명 중 겨우 40명을 뽑는 데 그쳤다.

많은 지역 학생이 외면했지만 화성고는 ‘외지 학생들도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목표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농촌 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학교 안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농촌 마을인 데다 인문계 고교가 없던 동네여서 당시엔 사교육 시설이 전무했다.

화성고의 독특한 방과후 프로그램인 ‘튜터제’는 그 고민의 결실이다.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면 반 전체 학생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일반적인 보충수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학생이 원하는 형태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수업이 개설됐다. 강사진은 학교 교사뿐만 아니라 외부 강사까지 초빙했다. 학생들은 개설된 수업 중 원하는 수업을 선택했다. 최 교사는 “학생의 선택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거나 없어지고 외부 강사와 경쟁하는 시스템을 교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농촌 학생들의 절박한 필요에 따라 교사들이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튜터제의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함이다. 3학년 이은열 학생은 “작년 학교에 과학실험 과목 개설을 요청해 들었는데, 비슷한 관심을 가진 학생끼리 모여 공부하다 보니 효과가 좋았다”며 “인원수도 한 수업에 10∼15명으로 많지 않아 궁금한 것을 바로 질문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1강좌(주 2회 90분 수업)당 월 9만 원을 낸다.

이번 학기 화성고의 튜터제 수업에는 32명의 강사진이 참여해 모두 49개 강좌가 개설돼 있다. 강사진 중 9명은 서울 유명 학원 등의 외부 강사다. 4년째 화성고에서 튜터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촌메가스터디학원 이상준 수학 강사는 “오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내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 즐겁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영어 토론 프로그램인 ‘네스트’도 화성고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영문 기사를 선택해 미리 읽은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교사들이 이 모임을 이끌도록 하기 위해 학교는 영어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 교사 선발 때도 영어 능력을 테스트하고 연수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화성고는 자율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인별 학습실을 제공하고,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화성고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이 늘고, 입학생의 수준도 계속 높아졌다. 인문계반 개설 8년 만인 2010학년도부터는 정원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2012학년도부터는 여상은 운영하지 않고 완전히 일반고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경기도 전역에서 몰려드는 명문학교가 됐다. 김혜숙 화성고 교장은 “과거에 이 지역 학생들이 공부하러 나갔던 수원을 포함해 경기도 전역에서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다”며 “중학교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요즘은 반에서 3등 안에는 들어야 입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화성=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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