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47>부동산 막차 타야 하나

홍수용 기자 입력 2015-11-16 03:00수정 2015-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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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40대 중반의 A는 늦깎이 박사다. 30대 중반의 B는 일벌레 공무원이다. A는 11일, B는 12일 기자에게 전화했다. “집주인이 집을 팔겠다고 하는데 집을 사야 할까?” 이들은 모두 ‘부동산 막차’를 타야 할지, 막차를 그냥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막차는 매력적이면서 치명적이다. 이 차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달하게 된다. 반면 달랑 하나 남은 차라고 탔는데 브레이크라도 고장 났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막차의 공기에는 섞여 있다.

요즘 부동산시장에는 이런 막차의 기운이 뚜렷하다. 우선 가격이 그렇다. 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집값은 2013년 9월에 0.05%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0.34% 상승하기까지 26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2005년 12월∼2008년 9월의 34개월 연속 상승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주택 업체들은 활황의 막차가 떠나 버릴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주택 업체들은 연말까지 총 9만 채에 육박하는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11, 12월 분양 물량보다 1만 채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둘러 물량을 털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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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를 타고 보자’는 심리는 집주인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집주인들이 집값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매물이 늘고 있다.

아무래도 ‘막차 심리’에 더 거세게 휘둘리는 쪽은 수요자들이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일선 중개업소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은가,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은가’ 물었더니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응답 비중은 9월 12.6%에서 10월 15.0%로 늘었다. 대다수 중개업자들은 여전히 ‘매수자 반, 매도자 반’이라고 보지만 대기 수요가 들썩거리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 막차를 타도 되는 사람이 분명 있다. 좀 식상하지만 실수요자다. 단 ‘전세를 끼고 사 뒀다가 나중에 들어가겠다’는 입주 유보자는 지금 막차를 타기에 적절치 않다.

바로 입주해 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조건이 좋은 ‘프리미엄급 집’을 골라라. 매물이 많지 않았던 작년과는 달리 지금은 진열대에 등급별로 상품이 올라와 있다. 연초보다 가격이 5%정도 비싸다면 주거 조건이 좋은 집의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하고 살 만하다. 나중에 시세가 좀 떨어지더라도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좋은 집을 사려면 먼저 눈높이를 올려야 한다. △아파트의 층·향·동 △가격 △학군 △편의시설 △전망 △주거환경이라는 6마리 토끼 중 가능한 한 많은 토끼를 잡아야 한다. 채점표를 만들라. 자신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가중치를 둔 표를 만들어 집집마다 점수를 매겨 보라. 층·향·동 20점, 가격 20점, 학군 20점, 편의시설 20점, 전망 10점, 주거환경 10점 등으로 100점 만점 채점표를 갖고 점검한다.

이 배점은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채점표에서 가격 배점이 50점 이상이라면 막차를 타는 건 곤란하다. 가격을 가장 중시한다는 건데 이는 스스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겠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람은 지금 사 놓고 몇 년 뒤 후회할 것이다. 당분간 집값은 상승 내지 보합세겠지만 금리 인상기를 거쳐 하락하는 사이클을 보일 것이다. 그게 부동산 경기다.

기자가 지난달 독일 출장길에 만난 코메르츠방크의 마르코 바그너 이코노미스트는 “친구가 집을 사야 하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조언하는가”라는 질문에 “구입하되 ‘이자율의 덫’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저금리라고 대출을 잔뜩 받아 집을 사면 대출 금리를 조정할 때 빚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적정 대출 기준과 관련한 여러 기준이 있지만 ‘내가 1년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수입의 30%를 넘어선 안 된다’는 나만의 원칙을 세워 지키면 된다. 연봉 6000만 원인 직장인이 한 달 원리금 상환액 150만 원을 넘는 돈을 빌린다면 곤란하다.

앞의 A 박사나 B 공무원은 흔히 보는 ‘미스터 우유부단’이다. 재테크 다방면에 궁금한 게 많지만 정작 몸은 느렸다. 부동산뿐 아니라 노후를 위한 개인연금저축에도 들지 않았고 세금 혜택이 늘어난 퇴직연금에 추가 불입도 하지 않은 건 ‘몰라서’가 아니라 ‘느려서’였다.

다소 늦었지만 부동산 막차는 타도 된다. 단, 여러분은 왜 집을 사려고 하는가? 실수요자의 조건에 들어맞는 답을 하지 못한다면 막차를 보내고 전세나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보증부 월세를 구하는 게 낫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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