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후발주자 한국, 상상 못할걸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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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 30주년
개발 주역 박성동 前쎄트렉아이 의장
“선진국과 큰 격차… 지금부터 중요
ICT에 AI 접목 - 우주 국방분야 등 10년단위 계획 구체적으로 그려야”

9일 대전 유성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동 전 쎄트렉아이 의장은 “30년 전 우리별 1호가 한국 우주 개발의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는 양질의 거름으로 미래 세대의 결실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대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9일 대전 유성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동 전 쎄트렉아이 의장은 “30년 전 우리별 1호가 한국 우주 개발의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는 양질의 거름으로 미래 세대의 결실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대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9일 찾아간 박성동 전 쎄트렉아이 의장(55)의 사무실은 KAIST 교정이 내려다보이는 대전 유성구 엑스포타워에 있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 개발 주역 중 한 명이다. 1992년 8월 11일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기지에서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올해로 30년. 박 전 의장은 “우주 개발의 후발주자인 한국은 (앞으로)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별 1호도 당시로서는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던 것이었다. KAIST 초대 학장과 체신부 장관을 지낸 고 최순달 교수(1931∼2014)가 1989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현 인공위성연구소)를 세워 박 전 의장을 비롯한 제자 5명을 영국 서리대로 유학 보낼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인공위성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별 3호(1999년)까지 우주로 쏘아 보내며 한국 우주 개발의 초석을 놓았다.

우리별 1호의 주역은 박 전 의장을 비롯해 김성헌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 김형신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장현석 에스아이디텍션 대표, 최경일 KT샛(SAT) 최고기술총괄 등 5명. 박 전 의장은 1999년 국내 최초 인공위성 개발업체 쎄트렉아이를 세워 운영하다 지금은 고문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 회사에 약 10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약 30%를 확보했다.

―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요즘 말로 대학교수 창업 스타트업 같다.

“인공위성 만들자고 학교 게시판에 공고를 낸 최순달 교수님도, 그걸 보고 모인 학생들도 도전정신이 강했다. 시장 할머니 전대에서도 나온 국민 세금으로 공부하는 것이니 실패하면 도버해협에 빠져 돌아오지 말라던 교수님 말씀이 책임감을 갖게 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특히 스타트업 리더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조직을 일깨워야 한다.”

― 연구소를 나와 1999년 쎄트렉아이를 차린 이유는….


“민간이 앞서 나가자 눈엣가시로 보는 시각이 그땐 있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편입시키려 했다. 그런데 당시 우리 연구소 직원 중 절반은 연구기관의 학력 조건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는 학력보다는 ‘인공위성에 미친’ 직원을 뽑았으니까. 이들과 함께하려면 따로 회사를 차려야 했다.”

― 최근 누리호에 이어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한국이 7대 우주강국이 됐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요즘 이공계 인력은 정부연구기관보다 연구의 자율성이 높은 대학과 기업을 선호한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기관은 연구자와 관리자 트랙을 분리해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성공과 실패가 거름이 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순리가 도입돼야 한다.”

― 진정한 우주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나라 우주 개발이 10년, 20년, 30년 후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그리는 게 포인트다. 전문성과 비전 없는 리더나 공무원들이 위원회 꾸려 책임을 미루던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국방 안보의 우주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 이미 눈에 보이는 시장은 경쟁력이 없을 수 있다.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는 힘과 실력을 키워야 한다.”



대전=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우리별 1호#30주년#박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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