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 하려면 ‘놀아야 한다’?…67세 ‘테니스 마니아’ 빌 게이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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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와 함께 2020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 참가해 플레이 하고 있다. 상대는 남자 테니스 강자 라파엘 나달과 남아공 출신 코메디엔 트레버 노아.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해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프타운=AP 뉴시스
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와 함께 2020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 참가해 플레이 하고 있다. 상대는 남자 테니스 강자 라파엘 나달과 남아공 출신 코메디엔 트레버 노아.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해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프타운=AP 뉴시스

자기계발 및 리더십컨설턴트 마이클 하얏트(67)는 ‘초생산성’이란 책에서 일을 잘 하려면 ‘놀아야 한다’고 썼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세계적인 기업을 창업하거나 운영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스포츠를 즐긴다고 했다. 하얏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테니스를 치고, 전 트위터 CEO 딕 코스톨로도 하이킹과 스키 등 스포츠 활동을 즐기며,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체조와 자전거, 롤러 하키를 한다고 예를 들었다. 하얏트는 서양에서는 ‘안 놀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중 많은 CEO들이 건강도 지키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 기술 고문을 맡고 있는 게이츠는 스포츠 마니아다. 학창시절 육상과 탁구, 테니스 등 라켓 종목을 즐겼다. 올해로 만 67세인 게이츠는 하루를 러닝머신위에서 1시간 걷거나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침 유산소운동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져 대부분의 기업 CEO와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속칭 잘나가는 인물들은 새벽 운동을 하루의 제일 중요한 루틴으로 생각하고 있다. 게이츠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게이츠는 지인들과 골프도 치지만 테니스가 그의 최애(最愛)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요즘도 최소 주 1회 이상 테니스를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 게이츠가 로저 페더러와 함께 2020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상대는 남자 테니스 강자 라파엘 나달과 남아공 출신 코메디엔 트레버 노아.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해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프타운=AP 뉴시스
빌 게이츠가 로저 페더러와 함께 2020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상대는 남자 테니스 강자 라파엘 나달과 남아공 출신 코메디엔 트레버 노아.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해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케이프타운=AP 뉴시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태어난 게이츠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비교적 여유 있게 자랐다. 운동을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접했다. 육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었고 경쟁에선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승부근성을 가지고 있었다. 탁구와 테니스 등 라켓 종목을 즐겼는데 고등학교 때부턴 테니스 광으로 불릴 정도로 집중했다. 잠시 다닌 하버드대 때도 테니스는 삶의 일부였다.

한 미국 매체에서는 게이츠가 분석적 지능(analytical intelligence) 때문에 테니스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테니스는 경기 내내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포핸드로 칠까? 백핸드로 칠까’ ‘짧게 보낼까? 길게 보낼까?’ 테니스 선수는 경기 중에 늘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런 매력이 게이츠를 매료시켰다는 분석이다.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자퇴하고 마이크소프트를 창업해 키울 때인 197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테니스를 사실상 포기하고 살았다. 게이츠는 2016년 그의 블로그 ‘GatesNote’에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우려는 열정이 불탔을 땐 테니스를 포기해야 했다. 내가 그 당시 유일하게 했던 운동이 사무실 주변을 달리거나 제자리 뜀뛰기였다”고 했다.

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 초청으로 참가한 2017년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 GatesNote사진캡처
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 초청으로 참가한 2017년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 GatesNote사진캡처

사업이 안정되면서 다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고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CEO에서 내려오면서는 테니스 열정을 불태웠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그는 “최소 주 1회는 테니스 코트에서 땀 흘린다. 그리고 내가 60세 넘었다고 누구도 날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실력도 키웠다”고 했다.

게이츠가 테니스 마니아란 사실은 2017년 남자테니스 전 세계랭킹 1위였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와 자선 테니스경기를 치르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페더러는 일찌감치 ‘로저 페더러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기부활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페더러가 유명인과 아프리카를 돕는 자선경기를 준비하다 게이츠가 자신의 경기에 와서 열렬히 응원하는 등 테니스 광이라는 사실을 알고 먼저 부탁해서 성사된 일이다. 게이츠는 US오픈 등 각종 테니스 대회도 자주 관람해 페더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4월 29일 열린 페더러와 첫 자선경기에 대해 그는 ‘GagesNote’에 이렇게 썼다.

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 초청으로 참가한 2017년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GatesNote사진캡처
빌 게이츠(왼쪽)가 로저 페더러 초청으로 참가한 2017년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GatesNote사진캡처

“나를 흥분시키게 만든 대중 앞에서 테니스를 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페더러와 테니스 한번 치는 게 꿈이었는데 이뤄진 것이다. 내가 테니스를 많이 치기는 했지만 친구와 친선경기를 하거나 코치들로부터 기술 훈련을 받은 것뿐이었다. 1만6000여 관중들 앞에서 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긴장하면 제대로 테니스를 칠 수 없다. 그렇게 플레이하면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훈련도 많이 했다. 경기 당일 내 경기에 집중했다. 페더르가 잘 도와줬다. 솔직히 상대 프로 선수인 존 이스너(미국)의 서브는 손도 대지 못했다. 그가 천천히 쳐줘도 받아 넘기기 힘들었다. 어쨌든 우리가 이겼다. 좋은 추억이었다.”

페더러-게이츠 조는 1세트 이벤트 경기에서 이스너-마이크 맥크리디(기타리스트) 조를 6-4로 이겼다.

당시 이벤트 경기로 2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았다. 게이츠는 2000년부터 전처인 멀린다와 함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기부활동을 했지만 페더러와의 테니스 자선경기를 계기로 좋은 목적의 이벤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게이츠는 이후에도 2018, 2020년, 페더러와 함께 하는 테니스 자선경기에 참여했다.

게이츠는 기분 전환을 위해 골프도 자주 친다. 캘리포니아 ‘The Vintage Club’에 1250만 달러짜리 맨션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는 “골프는 일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가 즐기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했다.

빌 게이츠(왼쪽)가 2018년 3월 열린 로저 페더러 초청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 GatesNote 사진캡처
빌 게이츠(왼쪽)가 2018년 3월 열린 로저 페더러 초청 아프리카 돕기 자선 테니스 경기에서 플레이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 GatesNote 사진캡처

다시 ‘초생산성’의 저자 하얏트로 돌아가 보자. 그는 “바쁜 삶에서 빠져 나와 단 몇 분만이라도 자연과 교감하면 정신적 체력과 인지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식물원을 산책하고 나면 산책 전에 비해 기억력과 주의력이 20%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만 한다고 결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셀 클레이튼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명확한 목적에 따라 계획적이고 조직적이며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운동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시키는 능력과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클레이튼은 2가지로 이 연구결과를 요약했다. 첫 번째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스트레스 감소는 일과 가정 두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모두 즐겁고 생산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운동이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은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다. 간단히 말해 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상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가 가정과 직장에서 주어지는 책무에 접근하는 방식을 상당히 변화시킨다.

2013년 핀란드 연구원들이 쌍둥이로 태어난 남성 5000명을 거의 30년 동안 추적하며 누가 활동적인 성향을 띠고 누가 비활동적인 성향을 띠는 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동등한 유전적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봐도 무방한 쌍둥이들 사이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을 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14~17%가량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업무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끈기 있게 버티고, 경쟁적인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비즈니스 환경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엄청난 우위를 차지하는데 기여한다.

빌 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CEO 대부분이 왜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빌 게이츠#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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