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세계 첫 민간인만 태우고 우주여행…사흘간 지구궤도 돌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6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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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민간인들이 탑승한 우주선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 하늘로 날아올라 지구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5일(현지 시간) 8시 3분경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했다. 우주선에 탑승한 민간인 4명은 앞으로 사흘 동안 고도 575㎞ 상공에서 시속 1만7500마일(2만8163㎞)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돈다. 약 1시간 30분에 한 번씩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이전에도 인류는 우주 관광 시도에 성공한 바 있었다. 올 7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 우주선을 타고 고도 86㎞까지 날아올랐다. 같은 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자신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로켓으로 107㎞ 상공까지 비행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주 여행은 불과 몇 분 동안 미세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곧바로 지구로 귀환하는 ‘맛보기’ 관광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은 고도 420㎞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물론이고 허블우주망원경(540㎞)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 현재 음속의 20배가 넘는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들은 우주에서의 사흘 간의 일정을 마치면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 바다에 착수(着水)하면서 비행을 종료한다.

이 우주선에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38)과 일반인 3명이 탑승했다. 아이잭먼이 상당한 돈을 내고 4명의 탑승권을 모두 샀는데 탑승요금이 얼마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이잭먼은 신용카드 결제 처리업체인 ‘시프트4 페이먼트’를 16살에 창업한 갑부로 그의 재산은 24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로 알려져 있다. 어려서부터 우주비행을 꿈꿔 온 그는 실제 제트기 조종 경력도 풍부하다.

아이잭먼의 동행자로 선택된 세 명도 각자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세인트 주드 아동 병원 의료진인 헤일리 아르세노(29)는 10살 때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을 앓았지만 이를 극복해냈다. 다리 일부를 금속 막대로 채우는 수술을 받은 그는 몸에 보철물을 지닌 채 우주여행을 하는 첫 사례가 됐다.

시안 프록터(51)는 지구과학자로 어려서부터 우주 탐험의 꿈을 키워왔다. 괌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크리스 샘브로스키(42)는 공군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바 있으며 록히드 마틴사에서 근무 중이다. 이들 4명의 탑승객은 우주비행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6개월 간 훈련에 매진해 왔다.

발사 직전 흰색 우주복을 입은 이들 탑승객들은 그다지 긴장되지 않은 표정으로 비행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 줬다. 냉동 피자 등을 간식으로 챙겨간 이들은 우주관광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우쿨렐레 등을 연주하고 노래도 할 계획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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