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녹는 스마트워치’로 전자 폐기물 문제 해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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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톈진대 연구팀 시제품 공개
사용 중일 땐 땀에 잘 견디지만
물에 잠기면 40시간 만에 용해
체내 이식 장치에도 응용 기대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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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설립한 글로벌전자폐기물통계파트너십(GESP)에 따르면 2019년 발생한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은 5360만 t에 이른다. 전 세계인이 1년간 전자 폐기물을 7.3kg씩 버린 셈이다.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 등 소형 전자기기 교체 주기가 빨라질수록 전자 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간 전자 폐기물 발생량이 매년 250만 t씩 늘어나 2030년 7470만 t에 이를 것이라고 GESP는 전망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착용했다. ACS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인터페이시스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착용했다. ACS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인터페이시스 제공
과학자들은 수명이 다하면 분해되는 이른바 ‘트랜션트(Transient)’ 전자기기가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랜션트 전자기기는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되는 소재의 수명 주기를 정확하게 제어해 수명이 다할 경우 물리·화학적으로 분해되는 개념이다. 문제는 기존의 전자기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황셴 중국 톈진대 교수 연구팀은 최신 스마트워치가 지닌 성능을 갖추면서도 40시간 내에 물에서 분해되는 스마트워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처음으로 개발해 트랜션트 전자기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앤드 인터페이시스’에 이달 13일 공개했다.

○ 40시간 만에 물에서 용해되는 스마트워치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물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용해되고 있다. 30시간가량 경과하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분해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물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용해되고 있다. 30시간가량 경과하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분해됐다.
황 교수 연구팀은 트랜션트 전자기기를 현실화하기 위해 물에 녹는 아연 나노 입자를 활용해 만든 복합 소재를 전자회로에 적용해 소형 전자기기 제품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했다. 하지만 아연 나노 입자 복합 소재는 전자기기를 구현하는 데 충분한 전기전도성이 발현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기전도성을 높일 수 있는 은 나노와이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아연 기반 나노 복합 소재를 개선했다. 그런 뒤 물에서 분해되는 폴리머 조각에 아연 기반 나노 복합 소재로 이뤄진 용액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전자회로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전자회로가 작은 물방울에도 녹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물에 녹는 폴리머 케이스 내부에 다중 나노 복합 인쇄 회로기판이 적용된 스마트워치를 제작했다.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걸음걸이 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센서도 넣었다.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센서가 얻은 데이터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도 적용했다.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제작하고 스마트워치 표면은 땀이나 물에 내구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스마트워치 제품들과 견줘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워치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워치는 전체가 물에 완전히 잠길 경우 케이스와 회로가 40시간 이내에 완전히 용해됐다. OLED 디스플레이와 미세한 컨트롤러 등만 남고 전자회로에 사용된 소재가 모두 용해된 것이다. 황 교수는 “전자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고성능 전자회로를 제작하는 기술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 생체 내 분해 필요한 이식형 의료기기 등 활용 가능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소재는 생체 내에서도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복합 소재가 생분해성 특성이 있어 체내에서도 용해될 수 있다”며 “인체 내에 이식하는 전자장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의공학 분야에서는 생체 내에서 분해되는 소재를 이용해 이식이 필요한 전자기기에 활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생체분해성 소재로 집적회로를 만들어 체내에 이식하는 소형 전자장치를 개발,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많은 전자제품 기업이 새로운 소재의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면 전자제품 재활용 비용과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생체분해성 전자기기들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물에 녹는 시계#스마트워치#전자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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