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단건 배달’에 배민 반격… 배달앱 시장 ‘쩐의 전쟁’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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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공세에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확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선두주자 배달의민족(배민)과 후발주자 쿠팡이츠의 배달 속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쿠팡이츠가 ‘단건(單件) 배달’을 앞세워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시장을 잠식하자 배민도 단건 배달을 확대하는 맞불을 놓는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 1명이 배달 1건만 처리해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단건 배달을 늘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벌이는 경쟁에서 밀리면 자칫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과, 딜리버리히어로를 등에 업은 배민 사이에 치열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1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초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는 단건 배달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45분 내 배달 보장을 의미했던 ‘번쩍 배달’을 이달 중 단건 배달로 개편해 전국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민은 그동안 주문 플랫폼만 제공하고 배달은 대행업체에 맡겼다. 배달원 1명이 비슷한 위치에서 나온 여러 주문을 함께 처리하는 ‘묶음 배달’에 무게를 둬 왔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의 승부수를 던졌다. 묶음 배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달 속도가 빨라 ‘음식이 식지 않았다’는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쿠팡이츠는 식당에서 받는 비용도 깎아줬다. 중개 수수료를 주문액의 15%로 책정했지만 행사 기간에는 건당 1000원만 받고 배달료를 일부 부담해 온 것이다.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66%이던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올해 1월 17.1%까지 늘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 지각변동의 원인이 단건 배달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업계 1위 배민이 후발 주자의 전략을 따라하는 초강수를 예고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배달 앱 시장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세컨드메저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음식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위는 도어대시다. 2018년 1월만 해도 10%대 점유율에 머물렀던 도어대시는 배달원 1명이 주문 1건만 소화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앞세워 이용자를 빨아들였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8년 주당 5.51달러에 5100만 주의 도어대시 주식을 사들이는 등 투자를 시작하면서 도어대시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전까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돈은 6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소프트뱅크의 자본력에 단건 배달이라는 전략이 합쳐지자 후발 주자였던 도어대시는 불과 3년 만에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공세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기존 1위 업체 그럽허브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0%대에서 18%로 쪼그라들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은 미국 상황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앱 업계에서는 단건 배달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물론 유럽 배달 앱 운영사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에서도 배달원 1명이 동시에 배달할 수 있는 건수 제한에 나서는 상황이다.

단건 배달 확대는 결국 자금력 대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건 배달은 충분한 배달원 확보가 관건이다. 묶음 배달에 비해 수익이 줄어드는 배달원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 결국 쿠팡이츠처럼 공격적 프로모션을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달 앱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간 편차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결국 배송 속도와 품질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신동진 기자
#배달의 민족#쿠팡이츠#단건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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