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질병, 치료할 수 있어… 채소 많이 먹고 매일 걸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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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저자 싱클레어 교수
“코로나 백신 빨리 맞는게 중요”

“노화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질병입니다. 지연하고 중단하고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블러바트닉연구소 유전학 교수(52·사진)의 말이다. 노화와 유전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로 꼽히는 그가 노화 연구 결과와 장수 비결을 정리한 ‘노화의 종말’(부키·표지)은 지난해 7월 국내 출간돼 6개월 만에 5만 권이나 판매됐다. 싱클레어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가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할머니 때문이었다고 한다. “네 살 때 할머니가 ‘나를 포함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말씀하셨어요. 비극이라고 생각했죠. 대학 시절 생물학자들이 노화에 대한 연구를 간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직접 연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레드와인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란 물질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레드와인 판매량이 30% 늘었다.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한 이유를 물었다.

“질병은 전체 인구 중 50% 미만에 영향을 미치지만 노화는 주요 질병 대부분을 일으킵니다. 심장병, 치매, 암은 노화로 인한 증상이고요. 노화는 질병이기에 치료하고 늦추거나 멈출 수 있습니다.”

그는 건강은 놔두고 인간의 수명만 100세, 150세로 연장시키는 건 ‘죄악’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질병과 통증에 시달리고 산소호흡기와 많은 약에 의존하는 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노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화 연구는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지난 30년간 과학자들은 노화 과정을 제어하는 수십 개의 유전자와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시계’를 찾아냈습니다. 그 시계를 안전하게 되돌리는 방법을 쥐에게서 발견했고요.”

현재 50곳 이상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노화를 지연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는 “노화를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약물 개발은 ‘만약’이 아니라 ‘언제’가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을 경고했고, 얼마 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덮쳤다. “코로나19는 심장과 폐의 섬유화 같은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백신을 가급적 빨리 맞아야 한다는 데 찬성합니다. 백신은 코로나19가 새로운 질병으로 진전되는 것을 막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음 팬데믹을 유발할 바이러스는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20% 더 높을지 모른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화를 늦추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식사는 조금씩 자주 하세요. 신선한 음식과 채소, 비타민D를 드시고 밤늦게까지 전자기기를 보지 마시고요. 저는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고 매일 걷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다리, 등,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요. 가공이 많이 된 식품과 설탕은 피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얘기지만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싱클레어#노화#코로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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