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하는 ‘기후변화’ 대응 늦추면 경제도 타격

뉴스1 입력 2021-01-17 08:10수정 2021-01-1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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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인천신항 터미널의 모습. 뉴스1DB
2015년 9월 2일, 한 해변에서 얼굴을 모래에 묻은 채 익사체로 발견된 세살배기 아이의 사진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그 아이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자그마한 배에 몸을 싣고 유럽으로 가던 중 배가 전복돼 함께 있던 엄마, 형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이 사태의 발단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결코 비약적인 얘기가 아니다. 2010년 러시아 곡창지대의 폭염과 가뭄으로 밀 생산량은 급격히 줄게 된다. 러시아에서 주로 밀을 수입하는 시리아는 수입량 감소와 가격 급등을 참지 못해 폭동이 일어났고, 급기야 내전으로 발전한다.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들은 낡고 조그만 소형보트에 수십명씩 몸을 맡겨 지중해를 건너다가 변을 당했다. 결국 이상기후로 빚어진 러시아의 가뭄 사태가 나비효과처럼 수많은 난민을 죽음에 몰아넣은 것이다.

기후변화는 점점 많이 인류의 삶을 위협한다. 환경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역대급’ 추운 날씨를 보였다.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당시 중국 헤이룽장성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 44.7도를 기록했고, 비교적 온화한 지역인 스페인의 북동부 아라곤 지방 기온은 영하 34.1도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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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강 한파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지목한다. 한 기상학자는 “지구온난화로로 북극 기온이 상승해 평소 북극 냉기를 가둬놓던 상층의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제기능을 못하고, 느슨해진 제트기류가 출렁이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한파가 왔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촉발된 북극의 기온 상승과 해빙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후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목격됐다. 미국 콜로라도에선 지난해 9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다가 하루아침에 영하 기온으로 떨어지며 폭설이 내렸고, 호주, 미국, 아마존 등 곳곳에선 폭염으로 촉발한 대형 산불이 거대한 산림을 태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시대 이전보다 1도가량 상승한 상태다. 매년 기온이 약 0.2도씩 오르며 계속 뜨거워지고 있는데 현재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지구 기온이 1.5도를 넘어설 거라고 한다.

1.5도 상승은 작은 수치가 아니다. 우리 몸도 정상 체온에서 1도만 높아져도 몸에 이상징후를 느끼듯이 지구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식량 위기 등을 겪으며 몸살을 앓고 있다. 이쯤되면 단순 기후 ‘변화’가 아닌 ‘위기’다.

<네이처>에 실린 논문엔 이미 1도가량 상승한 지구 온도가 앞으로 0.5도만 더 오르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3500만명에 이르고, 여기서 0.5도가 더 올라 2.0도가 되면 3억60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SF 재난영화의 현실화가 머지 않았다.

기후위기 경고장이 수없이 날아드는데도 각국의 탄소배출은 계속된다.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말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를 외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각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로 나타낸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서 61개국 중 5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한국을 ‘기후악당’이라 부르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이루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탄소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한 만큼 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인데 이미 유럽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이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초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자가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뒤엎고 취임 직후 협약 복귀를 약속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모멘텀도 강하게 형성될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분석이 많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이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를 상대로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2030년 전후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까지 선언한 국가들도 나오면서 화석연료 기반의 기존 경제발전 모델을 고집했다간 세계 산업경제 흐름에서 도태될 수 있다.

지난 13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실제 이런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 주요 수출대상국인 EU, 미국, 중국이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철강, 석유, 전지,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만 한 해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관세로 지불해야 할 할 것으로 추정했다. 규제가 강화되는 2030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6억3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이 당장 올해부터 배출가스 규제강화 정책을 시행하는데 유럽지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차가 배출가스 저감 노력 없이 그대로 자동차를 수출했다간 연간 영업이익의 85%에 해당하는 3조원을 벌금으로 날려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를 중단하고 있는 점, 기업들의 자율적인 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전기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 참여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을 봐도 앞으로 세계 경제의 규범이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관측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선언 단계를 지나 수입품에 대한 탄소국경세, 내연기관차의 판매 금지 등 실질적인 제약이 적용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경제와 환경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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