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IBM 출신들, AI반도체 개발 위해 ‘리벨리온’으로 뭉쳤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20-12-10 08:07수정 2020-12-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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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하드웨어 부분에서의 혁명을 앞두고 있다. 리벨리온(Rebellions·혁명군)은 이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지은 이름이다.”

3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현 최고경영자(CEO·36)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리벨리온은 올해 9월 설립된 인공지능(AI)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이다. 초기 단계 종잣돈(씨드)으로 55억 원의 거금을 유치해, 업계에서는 ‘충격 데뷔’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카카오벤처스와 신한캐피탈에서 20억 원을 비롯해 서울대 기술지주 등에서 자금을 댔다. 박 대표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면서도 “투자를 검토한 엔지니어나 전문가들이 리벨리온이 보유한 기술을 보고 설득됐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창립 맴버들은 국내외 AI반도체 분야에서 손꼽힐만한 경력을 쌓은 실력자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인텔, 스페이스X를 거쳐 미 뉴욕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서 퀀트(AI, 빅데이터를 이용한 투자) 개발자로 일했다. 오진욱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IBM 왓슨연구소에서 AI반도체 수석 설계를 맡았던 경력을 자랑한다. 임직원 11명 중 8명이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 실무 경험을 가진 직원도 상당수다.

AI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제품이다. AI의 핵심 기술인 학습과 추론 등을 구현하기 위해 연산 능력을 극대화시킨 반도체로,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속도나 효율성 등이 월등히 우수하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물 촬영하는 것을 예로 들면, 배경을 순식간에 흐릿하게 만드는 작업을 AI반도체가 처리하는 것이다. CPU로는 처리가 느리거나 전력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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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특정 영역에 특화돼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설계된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거래,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에 이용되는 AI반도체는 각각 다르게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CPU나 메모리반도체가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면, AI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상품”이라며 “미국에서는 구글은 물론 스페이스X, 보잉 등이 필요한 AI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AI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이를 개발할 능력이 없는 기업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금융권 경력을 활용해 금융 분야를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금융에서 AI 반도체를 활용하면 거래 패턴 분석과 투자 집행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것은 물론, 기존에 없었던 거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리벨리온은 내년 여름 시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대표는 “명품이라고 불릴 수 있는 AI반도체를 만들어 보이겠다. 효율과 속도 등에서 숫자로 다른 반도체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오 CTO가 AI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차린 이유는 한국의 반도체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박 대표는 “AI반도체는 파운드리(위탁생산)가 중요한데, 한국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어 반도체 스타트업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아직 AI반도체 분야가 약하지만, 저나 오 CTO처럼 미국에서 경험을 얻은 사람들이 조금만 도와주고 시장을 개척하면 금방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리벨리온을 ‘한국의 엔비디아’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대표는 “창업 후 3개월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지만, AI반도체는 시대적 사명이라는 믿음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웃었다.

성남=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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