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자 폭염…고온다습 찜통더위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6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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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장마가 물러간 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도로를 걷고 있다. 자료 사진 © 뉴스1
길고 긴 장마가 물러간 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도로를 걷고 있다. 자료 사진 © 뉴스1
54일 동안 이어진 역대 최장기 장마가 끝나자마자 후텁지근한 열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온난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당분간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당분간 온도와 습도가 동시에 높은 날씨가 이어짐에 따라 마스크 착용의 불편함이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장마전선이 북상한 직후 강원 산지와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제주와 남부 지역은 폭염 경보, 서울 등 중부 지역은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 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은 10일부터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역대급 장마가 낳은 찜통더위
이번 더위는 기온은 물론 습도도 높아 더 견디기 힘들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6월부터 15일까지 전국에 내린 누적 강수량 평균치는 920㎜.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비가 많이 내린 2011년(97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 지면은 물론 숲과 목재 등에 수분 함유량이 높은 상태에서 뜨겁고 습기가 많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니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느껴지는 것이다.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는 더 높아진다. 기상청은 17일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0~37도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체감온도는 이보다 1~2도 더 올라간다. 17일 낮 최고기온이 36도로 예보된 제주의 체감온도는 38도, 33도로 예보된 서울의 체감온도는 35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습도가 높으면 밤이 되도 기온이 잘 내려가지 않아 전국 곳곳에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불쾌감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5월과 9월 사이 온도와 습도를 조합해 불쾌지수를 4단계로 나눠 예보한다. 이 예보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경 경북 울진과 충남 서산·태안, 강원 태백·동해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불쾌지수가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까지 치솟는다. 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어린이와 노약자 등 더위에 특히 취약한 사람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에어컨과 제습기가 있다면 적극 활용해 실내 온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9월 초까지 늦더위
후텁지근한 더위는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늦게 확장한 만큼 9월 초순까지는 덥고 습한 공기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당분간은 늦더위가 이어져 8월 말까지는 폭염 경보 수준의 더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 중순부터는 건조한 중국 내륙의 공기 덩어리가 확장하면서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선선해질 전망이다.

한편 올해 장마는 유래 없이 오래 지속되며 여러 기록을 낳았다. 제주 장마(6월 10일~7월 28일)는 49일, 중부 장마(6월 24일~8월 15일)는 54일로 역대 가장 긴 장마철로 기록됐다. 비가 많이 내리고 날이 흐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7월 평균기온(22.7도)이 6월 평균기온(22.8도)보다 낮은 역전현상도 벌어졌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없던 이상 기후 현상들이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며 “차고 건조한 북극의 공기대가 이례적으로 한반도 위에서 오래 머물면서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치하는 바람에 강수량과 강수지역 등 모든 것이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이상 기후 현상들이 도미노처럼 맞물리면서 폭염과 폭우, 혹한 같은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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