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美 스페이스X 우주인 2명 무사 귀환…민간 우주탐사 시대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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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인 미국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약 두 달 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특히 1975년 이후 45년 만에 미국 우주인이 육지가 아닌 바다를 통해 귀환하는 ‘스플래시다운’에 성공했다. 미국 땅에서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고 귀환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으로, 본격적인 상업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는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54)와 밥 벤켄(50)이 탑승한 크루드래건이 미 동부시간 2일 오후 2시 48분(한국 시간 3일 오전 3시 48분)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인근 바다에 착수(着水)했다고 밝혔다. 두 비행사는 5월 30일 이 왕복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 62일 동안 ISS에서 우주 유영, 과학 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크루드래건은 1일 오후 7시반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 430km 지점에서 ISS를 출발했다. 이들은 캡슐 동체를 분리시킨 뒤 대기권에 진입해 1900도에 이르는 외부 열기를 견뎌냈다. 지구 바다에 근접한 뒤에는 흰색과 빨간색이 섞인 4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면서 안정적으로 내려앉았다. 해상에서 대기하던 스페이스X의 선박이 다가가 두 우주인과 캡슐을 배에 실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나사 및 스페이스X 상황실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두 비행사 역시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에 화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주 비행사들이 45년 만에 스플래시다운을 했다. 매우 흥미진진하다”고 썼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주 역시 “우주여행이 비행기 여행처럼 일반화할 때 인류 문명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짐 브리든스타인 NASA 국장은 “불가능으로 여겼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증명”이라며 민관 협력 및 파트너십이 달과 화성을 향한 우리의 담대한 도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안에 비행사 4명을 우주에 또 보내고, 내년 봄에도 우주선 발사를 이어기로 했다. 내년 가을에는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을 우주로 보낼 계획도 갖고 있다.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지구 궤도에 실어 나르고 달을 넘어 화성에도 이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현재 달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높이 120m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줄곧 “인류의 화성 이주가 최종 목표”라고 강조해왔다.

크루드래건의 성공적인 발사 및 귀환으로 스페이스X는 제프 베이조스 미 아마존 창업자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 창업주가 만든 버진 갤럭틱 등 경쟁 기업보다 성큼 앞서가게 됐다. 두 회사는 아직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각국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탐사 시대도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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