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만이 살길… 디지털 역량 강화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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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기업 ‘디지털 전환’ 가속화
재택-영상회의 등 비대면 도입… 인재 채용에도 화상 면접 시행
생산 공정 등 경영활동 전반에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 접목

“사업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딥 체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수단이다.” (LG 구광모 회장)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생존전략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강조하고 있다.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 모델과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과거 불가능했던 혁신적인 소비자 경험 제공이 가능해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민첩성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맞춤형 언택트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SK는 코로나19 확산 후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 경영현안 점검을 위한 주재원 간담회 등 그룹 주요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언택트 방식 보고와 회의를 권장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결합한 ‘1주 출근 3주 재택’ 근무 방식을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거점 오피스를 확대해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직원들이 집 근처에서 일하는 환경을 구축했다. 최 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새로운 안전망을 짜야 한다”며 워크 시스템 정착을 당부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 5월 ‘비대면(Untact) IT 개발 플랫폼’ 구축을 완료해 IT 협력사와의 ‘스마트 상생’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오토에버와 공동 구축한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개발 도구를 외부에서 접속 가능하도록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 현대·기아차는 의왕 IT개발센터의 협력사 인력을 대상으로 비대면 개발 체제를 적용하고 올해 안에 소하리, 양재 등의 IT개발센터 운영도 비대면 방식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올 3월 신입·경력 채용에 화상면접을 도입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일반직과 연구직 채용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하고 앞으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화상 채용은 해외 및 지역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적 협력(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인재 영입과 양성인데, 화상 채용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 LG화학, LG CNS 등은 DX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DX 전담조직을 신설해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생산공정 같은 경영 활동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는 주요 계열사의 IT시스템을 올해 50% 이상, 2023년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AI, 빅데이터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한 ‘디지털 테크 대학’도 만들었다.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대응해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다른 산업군과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1∼6월) 가전, 문화, 레저, 헬스케어, 금융사, 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과 14건의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1월에는 특허청과 협약을 맺고 특허 분야에 AI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3월에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손잡고 하반기(7∼12월) 중으로 에버랜드 예약 발권과 식음료 주문 결제 과정을 카카오톡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 밖에 NH투자증권, LG전자, 한국은행 등과도 AI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6세대(6G) 관련 백서를 공개하며 2030년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6G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5G 경쟁력 강화와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6G 이동통신은 최대 전송속도 1000Gbps, 무선 지연시간 100μsec에 이른다. 5G 대비 속도가 50배가량 빨라지고, 무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장비 사업에서 글로벌 성과를 높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외연구소,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6G 통신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개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기술#프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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