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사람 장기와 닮은 ‘오가노이드’로 실험실의 동물들 살린다

입력 2020-07-08 03:00업데이트 2020-07-08 06:0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 약물 효과-부작용 실험에 활용
동물실험 대체 모델로 떠올라
오가노이드는 ‘미니 장기’로 불린다. 왼쪽 사진은 2009년 네덜란드 휘브레흐트연구소가 만든 장 오가노이드. 장을 이루는 다양한 세포를 서로 다른 형광물질로 염색했다. 휘브레흐트연구소 제공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에서 자라기 시작해서 장기를 이루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한 것을 가리켜요. 장기와 닮아서 ‘미니 장기’라고도 불리지요. 오가노이드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실험 모델로 의료계의 뜨거운 관심사랍니다.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은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수정란이 만들어져요. 이 수정란이 점차 쪼개지면서 세포 수가 늘어나고, 조직이 되고,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결국 생명체가 되거든요.

○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
수정란은 만들어진 지 5일쯤 지나면 세포가 100개 정도인 배반포가 돼요. 그때부터 세포는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영양막’이 될 부분과 태아로 발달할 ‘속세포덩이’의 두 종류로 나뉘지요. 이 중 속세포덩이가 바로 ‘배아줄기세포’라고 불리는 부분이에요. 배아줄기세포는 피부나 뇌, 눈, 장, 위 등 서로 다른 기관으로 자라게 돼요.

똑같던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기관으로 자라는 걸까요? 그건 세포들이 어떤 단백질을 만들어내는지 등에 따라 달라져요. 과학자들은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이 과정에 주목했어요. 특정 장기가 되기 위해 주변에 꼭 있어야만 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면 실험실에서 원하는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든 자랄 수 있는 세포) 등을 키울 때 그 물질을 함께 넣으면 될 테니까요.

가장 먼저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장 오가노이드예요. 2009년 네덜란드 휘브레흐트연구소 한스 클레버르스 그룹 리더팀의 사토 도시로 연구원이 만들었지요. 당시 사토 연구원은 장 줄기세포가 장의 표면을 이루는 상피세포로 자라기 위해서는 윈트(Wnt), 노긴(Noggin), 상피세포성장인자(EGF), 매트리젤의 네 가지 물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앞의 세 가지는 줄기세포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기 위해 필요해요. 매트리젤은 줄기세포가 자라면서 장의 돌기인 융모와 움푹 들어간 장샘의 3차원 구조를 갖추기 위해 필요하답니다.

사진은 2019년 미국 바이오기업 헤스페로스가 발표한 다중 장기 칩의 모습. 암세포와 간세포, 심장세포를 칩 위에 놓고 항암 처리해 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했다. 헤스페로스 제공
최근 오가노이드 연구에서는 ‘어떻게 하면 인간의 장기와 유사하게 성숙한 상태로 만들 수 있을까?’가 중요한 주제예요. 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태아의 세포 상태, 즉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 있는데, 오가노이드를 성숙한 상태로 만들어야 약물 실험을 할 때 효과나 부작용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오가노이드, 칩이 되다!

오가노이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오가노이드 칩’도 등장했어요. 오가노이드가 장기를 닮긴 했지만, 배양접시에 특정 장기 조직만 놓여 있는 셈이라 혈관이나 면역세포 등에 둘러싸인 실제 생체 조직과 다른 점도 있거든요. 장 오가노이드를 키우는 배양액 안에 성장을 유도하는 물질을 넣으면 배양액 안에서 확산되며 오가노이드로 들어가요. 그런데 오가노이드를 이루는 여러 장 세포에 따라 성장 유도 물질을 흡수하는 속도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배양액 안의 환경을 사람이 아주 미세하게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같은 환경에서 키워도 오가노이드의 크기나 모양이 다양해지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를 칩 위로 옮기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대표적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허동은 교수팀이 장 오가노이드 주변으로 촘촘하게 혈관 구조가 있는 칩을 만들고 있지요. 혈관으로 성장 물질 등을 흘려보냈을 때 장 오가노이드 세포들에 동일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또 오가노이드를 기계 장치에 여러 개 연결하면 생체 환경과 더욱 유사해서 약물 실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한 예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초록 책임연구원팀은 장, 간, 신장, 심장 4가지 오가노이드를 연결한 다중 오가노이드 배양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요. 정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약을 먹으면 장으로 처음 흡수되고 간과 신장을 지나는데 다중 오가노이드로 이를 모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답니다.

○ 오가노이드, 동물을 살리다!
앞서 소개한 네덜란드 클레버르스 그룹 리더팀은 올해 1월 30일 실험실에서 뱀독을 만들어내는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어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뱀에 물려 죽는 사람이 매년 8만1000∼13만8000명 정도라고 해요. 이처럼 피해가 큰데도 뱀독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어요. 독뱀을 잡아 실험실에서 키우며 독을 추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클레버르스 그룹 리더팀은 실험실에서 오가노이드로 뱀독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연구팀은 코브라과와 살무삿과 뱀 9종에서 독샘 줄기세포를 채취해 다양한 호르몬과 성장 인자를 넣으며 배양했어요. 줄기세포를 일주일 정도 실험실에서 키우자 약 0.5mm 크기의 세포 덩어리로 자라났지요. 여기에 상피세포로 분화하도록 만드는 물질을 넣어 뱀독을 분비하는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오가노이드에서 분비된 독은 실제 뱀독과 비슷했어요. 실험용 쥐의 근육 세포에 오가노이드가 분비한 물질을 넣자 근육 세포가 마비됐거든요.

연구팀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독샘 세포의 위치에 따라 만들어내는 독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어요. 독샘 하나에서 다양한 독이 분비되는데, 지금까지는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거든요. 연구팀은 다른 위치에 있던 줄기세포로 독샘 오가노이드를 만들었어요. 그 결과 독샘의 가운데와 가장자리에 있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 서로 다른 독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냈지요. 연구팀은 뱀의 다양한 독 성분을 연구할 수 있도록 ‘뱀독 오가노이드 은행’을 만들 계획이에요. 50종의 뱀에서 독샘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얼려두면 뱀을 잡지 않고도 뱀독을 연구할 수 있겠지요? 이를 이용해 뱀독을 해독하기 위한 항체나 진통제, 고혈압 치료제 등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오가노이드가 동물 실험을 대체할 거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실제로 일부 연구소는 동물 실험 시설을 줄이고 있어요. 2019년 5월 영국의 웰컴생어연구소가 13년간 운영한 동물 실험 시설 폐쇄 방침을 밝혔지요. 연구소 측은 “대안 기술이 많이 쓰이는 만큼 실험용 쥐가 이전만큼 필요하지 않다”며 “동물 실험 시설을 수년에 걸쳐 서서히 없애겠다”고 밝혔어요.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IT/의학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