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으로만 팔아요”…어르신은 모르는 ‘인스타 맛집’ 아시나요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30일 0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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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트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로만 예약·판매하는 ‘1인 마켓’들(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인스트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로만 예약·판매하는 ‘1인 마켓’들(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1
“혹시 디엠(DM)하세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건빵을 판매하는 A씨는 인터뷰 요청에 대뜸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1인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한정 수량으로 구워낸 비건(완전채식) 빵은 출시하자마자 예약이 마감된다. 네이버 블로그도 병행하지만 빵 출시부터 홍보, 예약, 판매까지 대부분의 유통 과정이 인스타그램에서 이뤄진다.

소비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유통채널도 시시각각 진화하고 있다. 시장을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과 ‘이커머스’로 양분하던 시대는 지났다. 온라인 마켓은 소비자의 연령, 취향, 생활양식에 따라 플랫폼을 바꿔가며 전에 없던 ‘신(新) 유통채널’을 개척하고 있다.

◇‘20조 시장’ 세포마켓…‘DM’으로만 예약받는 ‘인스타그램 마켓’도 등장

‘세포마켓’(Cell Market)은 대표적인 신개념 온라인 시장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오직 SNS 플랫폼에서만 상품을 판매하거나 예약을 받는 ‘1인 마켓’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포마켓의 연간 거래액은 약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포마켓은 SNS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비자간거래(C2C) 상점이다.

‘인스타그램’은 세포마켓이 가장 번성한 플랫폼 중 하나다. 매달 전 세계 10억명의 사용자가 접속하는 인스타그램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 인스타그램 이용자도 하루 평균 80만명에서 100만명에 달한다.

사람이 몰리는 곳은 자연스럽게 상권이 된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은 이미 2017년에 2500만개를 돌파했다. 벤처기업 ‘#태그라이브’ 조사에 따르면 매일 2억명의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하나 이상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방문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시장’ 안에서 수천만개의 ‘세포마켓’이 10억명의 잠재 고객을 상대로 성업 중인 셈이다.

급기야는 ‘인스타그램 전용 마켓’까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오직 인스타그램으로 신제품을 출시·판매하거나 예약을 받는 방식이다. 제빵, 미용실, 디저트, 카페, 음식점, 비누, 수공예 등 업종도 각양각색이다.

서울 마포구 맛집으로 유명한 한 음식점은 오로지 인스타그램 ‘DM’으로만 예약을 받는다. 예약하고 싶은 날짜의 하루 전 오후 9시까지 DM으로 이름, 연락처, 인원수, 메뉴 등을 적어 보내면 주인장이 30분 내로 예약 여부를 답해준다.

오직 ‘DM 예약제’만 고집하고 있지만 늘 만석이다. 오히려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예약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음식점을 방문한 이모씨(33)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말을 듣고 예약하려다가 한 번 실패했다”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두 번만에 성공해서 다녀왔다”고 말했다.

◇“시장원리이긴 한데”…‘DM’ 모르는 어르신 ‘세대차이’ 어쩌나

세포마켓은 ‘셀슈머’(셀러+컨슈머)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기회’로 평가받는다. 대기업에 비해 판로가 약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유통채널을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있다.

반면 세포마켓은 청년과 중장년·고령층의 ‘세대차이’를 심화하는 역기능도 품고 있다. SNS에 익숙한 ‘밀레니얼 Z세대’(MZ세대)가 아니라면 시장 진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세포마켓을 보면 MZ세대와 기성세대를 가르는 뚜렷한 생활양식 차이가 읽힌다. 전화·문자·이메일 등이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다수의 1020세대는 인스타그램 DM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선호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케이크 구매와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힌 대학생 김모씨(24·여)는 “평소 카카오톡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인스타그램 DM을 두 번째로 자주 사용한다”며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게 부담스러운데 (DM은) 스토리를 올렸을 때만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끝낼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인스타그램 이용자 한모씨(26·여)도 “일상을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면서 소통하기 때문에 (같은 앱 내의) DM이 익숙하다”며 “DM으로 소통하고 상품을 예약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대부분 10~30대가 차지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SNS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10~30대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2018년 기준 42.5%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40~70대 인스타그램 이용률은 9.5%로 격차가 벌어졌다. 50~60대 이용률은 2.5%, 70대 이용률은 0%였다.

이렇다 보니 ‘인스타그램 전용 마켓’ 소비자도 MZ세대가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음식점 예약을 받는 B씨는 “20~30대 고객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40대도 드물고 50대나 60대 예약 고객은 본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구조가 온라인으로 편중되면서 플랫폼과 마케팅이 과거보다 훨씬 다변화하고 있다”며 “유통채널은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이제는 트렌드를 넘어 세대차이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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