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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 과학연구 통해 북극개발 참여해야”

입력 2019-06-21 03:00업데이트 2019-06-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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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방문만 15회… 미생물-꽃 연구
“20~30년 데이터 필요한 극지 연구… 정부 연구과제는 고작 5년 아쉬워”
북극 전문가이자 생물학자인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극지 연구는 북극에 영토를 갖지 않은 한국이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천=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자주범의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강한 자주색을 띤 꽃잎 5개가 이끼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별 모양을 이루며 무더기로 핀다.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서 피는 꽃이다.

북극 전문가인 이유경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빙하에 덮여 아무 영양도 없는 땅에 피는 용감한 꽃”이라며 자주범의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책임연구원의 삶은 이 꽃과 비슷하다. 미생물학자인 그는 2004년 극지연구소가 설립될 때부터 북극 생물 연구에 참여했다. 국내에서 극지 연구는 불모지였다. 하지만 그는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스발바르와 미국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을 오가며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북극을 방문한 횟수가 15회에 이른다.

북극의 해양과 토양에서 미생물을 관측하고, 생태계 변화를 살피는 게 주요 연구 분야지만, 2011년부터는 식물도 틈틈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북극이라고 하면 빙하 위 흰 북극곰만 떠올리지만, 실은 시선만 낮추면 꽃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본래 연구와 별도로 개인 시간을 들여 북극의 식물을 우리말로 정리해 나간 끝에, 스발바르 지역의 식물 55종을 묶어 이달 10일 ‘한눈에 보는 스발바르 식물’이라는 도감을 펴냈다. 한국어로 된 첫 스발바르 식물도감이다.

그가 먼 북극의 작고 여린 생물을 연구하는 까닭은 북극의 기후변화가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의 기상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의 기온 상승폭이 지구 평균의 2배가 넘는다”며 “북극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북극 연구는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10년대 들어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 사이에 길이 나며 북극항로가 열렸다. 액화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도 활발하다. 중위도 국가인 한국이 북극 관련논의에 참여할 유일한 방법이 연구를 통한 교류다. 이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2013년부터 북극이사회에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고, 극지연에서 학술대회를 열며 교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지 연구에서 아쉬운 것은 꾸준함”이라며 “생태와 기후는 단순해 보여도 오래 지속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의 연구과제는 길어야 5년 남짓”이라고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생태는 20∼30년 꾸준히 데이터를 축적해야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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