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구간 스마트폰 힐끔 보다 ‘쿵’… 무사고 10년 기자도 못 피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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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3> ‘운전중 딴짓’ 안전불감증 여전

5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위험회피 실험 구간에서 본보 서형석 기자가 스마트폰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운전하고 있다. 서 기자는 전방에 뜬 신호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갑자기 솟은 물기둥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5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위험회피 실험 구간에서 본보 서형석 기자가 스마트폰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운전하고 있다. 서 기자는 전방에 뜬 신호를 제때 확인하지 못해 갑자기 솟은 물기둥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5일 경북 상주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시속 50km로 승용차를 몰던 기자의 운전석 차창 앞으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준년 공단 교수부장은 “이게 실제 사람과 부딪힌 것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고 했다. 기자가 운전한 135m의 실험구간은 도로 위에서 갑자기 발생한 위험 상황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설계됐다. 차량이 135m 지점에 이르면 전방 전광판에 ‘좌회전’ 또는 ‘우회전’이라는 신호가 뜨면서 동시에 물기둥이 솟는다. 신호대로 즉시 방향을 틀면 피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물기둥을 맞는다.

실험구간에서 기자는 운전대 옆에 거치한 스마트폰의 유튜브 동영상을 흘깃거리면서 차를 몰았다. 10년 무사고 운전 경력이어서 시속 50km 정도에선 ‘별일 없겠지’ 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물기둥을 피하진 못했다.

○ 도로교통법엔 ‘주행 중 DMB 시청 금지’


지난달 30일은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 갓길에서 여성 소방관 3명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사고를 낸 화물차는 소방차에서 막 내린 소방관 3명을 덮쳤다. 60대 화물차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낼 당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시속 75km로 운전 중이었다고 했다. 주파수를 맞추느라 5초만 한눈을 팔았다고 해도 104m 정도를 눈감고 운전한 셈이다.

휴대전화 사용,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 등 ‘운전 중 딴짓’으로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해 발생한 사고로 연간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오고 있다.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운전자가 낸 사고로 2017년 31명, 2018년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도 2017년 2029명, 2018년 1414명에 이른다.

2013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주행 중인 차량 내에서는 DMB 시청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국내 차량 제조사들과 국내에 차량을 판매하는 해외 제조사들은 주행 중엔 DMB 영상이 나오지 않게 해서 차를 판매한다. 주행 중 DMB 영상 잠금은 2012년 5월 경북 상주시에서 도로를 달리던 여성 사이클 선수 3명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사고를 낸 60대 운전자가 DMB를 보며 화물차를 몰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스마트폰 초기 화면과 DMB 애플리케이션(앱)에 운전 중 사용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 사고가 계기가 됐다.

하지만 차량 내 설정 버튼을 몇 번만 누르면 DMB 영상을 볼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어로 ‘DMB락’이라고 입력하면 국산과 외제차를 가릴 것 없이 차종별로 주행 중 DMB 영상 잠금을 해제하는 방법이 수십 개씩 뜬다. 휴대용저장장치인 USB메모리를 이용한 동영상 시청,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내 모니터에 띄우는 미러캐스트 등도 주행 중 영상 시청이 가능하게 하는 방법들이다.

유튜브, 푹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엔 운전 중 사용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DMB뿐 아니라 유튜브 시청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주행 중 차량 영상 잠금 해제는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 한눈팔지 않는 게 안전운전 기본


영상 시청뿐 아니라 전화 통화나 라디오 주파수 조작 등 운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행동이 위험하다. 특히 카카오톡 등 문자메시지 확인이나 전송은 전방 주시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운전대를 잡아야 할 두 손 중 하나를 휴대전화를 쥐는 데 써야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 5일 실험에서 기자는 전화 발신, 문자 전송, 라디오 주파수 조작 등을 하는 상황에서 모두 물기둥을 피하지 못했다.

운전 중 긴급 업무를 비롯한 중요한 일로 전화를 꼭 주고받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인공지능(AI) 기능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빅스비’, 구글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은 최근 향상된 음성인식 기술로 사용자가 말하는 “○○에게 전화 걸어 줘”라는 음성명령에 따라 전화를 건다. 2015년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추가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내비게이션 중 SK텔레콤의 ‘T맵’은 AI 음성인식만으로 목적지 입력이 가능하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는 것 대신 블루투스 기능으로 ‘핸즈프리’ 통화를 하고 두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AI 기능과 핸즈프리도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김 교수부장은 “운전은 인지, 판단, 조작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이다. 운전할 때 한눈을 판다면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전방 주시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상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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