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가죽으로 옷 만들지 않겠다”, 명품브랜드 ‘비건 패션’ 잇단 동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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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코치 ‘퍼 프리’ 선언, ‘동물학대’ 모피제품 출시 않기로
노르웨이, 모피 생산 단계 축소… LA선 모피 의류 판매금지 추진
“인조모피 환경오염 가중” 지적도

인조 모피 코트를 입은 모델의 모습.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인조 모피로 만들어진 ‘퍼 프리’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출처 eluxemagazine.com
인조 모피 코트를 입은 모델의 모습.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인조 모피로 만들어진 ‘퍼 프리’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출처 eluxemagazine.com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밍크(족제빗과 동물) 몇 마리의 가죽을 벗겨야 할까. 최소 30마리에서 많게는 70마리까지 필요하다는 게 동물보호단체들의 설명이다. ‘동물의 가죽과 털로 의류를 만들어 입는 건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비건(vegan·동물성 식재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 패션’을 선언하는 유명 브랜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코치(COACH)의 조슈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9년 가을에 출시하는 제품부터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코치는 그동안 모피 제품에 사용해 왔던 밍크와 코요테, 여우, 토끼 등 동물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슐먼 CEO는 “우리는 이 이슈(동물 학대)에 대해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올해부터 모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없애 ‘퍼 프리(fur free)’ 브랜드가 됐다. 구치와 지미추, 톰포드 등은 이미 2016년 모피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런던패션위크는 9월 열린 패션쇼부터 모피로 만든 옷을 런웨이에서 퇴출시켰다. 그 이유는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피 묻은 동물의 가죽을 입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서 모피 판매를 금지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1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모피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내에선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처럼 이미 모피 생산이 금지돼 있는 국가도 있지만 노르웨이는 약 340곳의 모피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 ‘모피 생산 대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는 지난달 모피 의류와 액세서리 판매의 금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제안한 폴 코레츠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은 “로스앤젤레스는 전 세계 패션 수도 중 한 곳이다. 미국과 전 세계에 우리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내의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할리우드 버클리 등은 이미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그러나 패션계 일각에서는 “비건 패션만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동물 가죽이나 털을 대신해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인조 모피 제품 등이 버려지면서 환경을 더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더퓨처연구소의 레이철 스턴 연구원은 “폴리염화비닐(PVC) 제품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퍼 프리’가 환경친화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인조 모피 착용만으로 자동적으로 모든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퍼 프리’가 동물 학대 이슈에 대한 도덕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는 있지만, 자연 파괴 및 환경오염 문제에서 면책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비건패션#퍼 프리 선언#동물학대 모피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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