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류제품 20%서 유해물질 초과 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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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206개 제품중 41개서 확인
고혈압-식중독 일으킬수 있는 물질, 된장-간장-액젓 제품 順 많이 나와
일부 간장에선 권고치 6배 검출… 제조공정 위생 관리 강화 시급

된장 등 발효식품 5개 중 1개에서 고혈압이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 ‘바이오제닉아민’이 권고치보다 많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사람은 스스로 해독할 수 있지만 특정 약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가 장류 제조업체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바이오제닉아민 함량을 의무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국내 제조업체가 제출한 된장과 간장, 액젓 등 장류 제품 206개를 검사한 결과 41개(19.9%) 제품에서 권고치(제품 1kg당 500mg 이하)가 넘는 바이오제닉아민이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권고치 초과 검출률은 2014년 6.5%, 2015년 19.3%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3년간 바이오제닉아민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된장(83개) 간장(50개) 액젓(19개) 순이었다. 이 중 63개 제품에선 바이오제닉아민이 1kg당 1000mg 이상이 검출돼 권고치의 2배가 넘었다. 한 업체의 간장에선 제품 1kg당 최고 3220mg이 검출됐다.

바이오제닉아민은 단백질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화합물이다. 이 중 히스타민은 혈관과 신경을 자극해 피부 염증과 두통,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티라민이란 물질은 혈관을 급속히 좁혀 혈압을 높인다. 이 물질들을 80도 이상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하거나 위장 내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발암물질로 변질될 수도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하루 세 끼 모두 바이오제닉아민이 권고치를 3배 초과한 된장으로 식사할 경우 하루 동안 섭취하게 되는 히스타민과 티라민은 각각 8.9mg, 13.3mg 수준이다. 일반적으로는 체내 효소가 분해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셨거나 ‘페넬진’ 등 특정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 체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티라민을 6mg만 섭취해도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 고혈압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60년대 유럽에선 실제로 바이오제닉아민이 들어간 치즈를 먹은 사람들이 뇌출혈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해 각국 정부가 제조 공정 개선에 나섰다.

장류 속 바이오제닉아민을 줄이려면 제조 공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제품에 마늘 추출물 등을 첨가해야 한다. 또 일반적으로 고온이 아닌 저온에서 숙성시킨 된장이 더 안전하다. 식약처는 제조업체들에 이런 공정을 홍보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현행 기준은 권고치에 불과해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학계와 업계에선 ‘장류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권고치가 아닌 의무 기준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바이오제닉아민 ::

단백질이 발효될 때 발생하는 질소화합물의 총칭. 된장과 간장 등 장류에서 주로 검출된다. 이 중 히스타민은 설사와 복통을, 티라민은 고혈압을 초래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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