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로봇이 음식 만들고 나르고… 푸드테크, 외식시장 접수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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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56조원 외식시장 지각변동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햄버거 체인점에 도입된 햄버거 굽는 로봇 ‘플리피’. 미소로보틱스가 개발한 이 로봇은 인공지능(AI)과 센서를 통해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하고 뒤집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미소로보틱스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햄버거 체인점에 도입된 햄버거 굽는 로봇 ‘플리피’. 미소로보틱스가 개발한 이 로봇은 인공지능(AI)과 센서를 통해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하고 뒤집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미소로보틱스 제공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라이언파크. 스마트폰에 깔린 도미노스피자 앱으로 피자 한 판과 음료수를 주문하고 결제했다. 30분 후 공원 내 지정 장소인 ‘핫스팟’에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배달원은 “사람이 많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피자를 건넸다. 배달료 약 3달러(약 3200원)를 지불했지만, 그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에 앉아 갓 구운 피자를 즐길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집과 사무실 외에 미국 내 공원 해변 박물관 등 1500여 곳의 공공장소로 피자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니스 멀로니 도미노스피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핫스팟 배달은 배달 혁신”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기술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외식업 판도 바꾸는 ‘디지털 배달’ 전쟁


미국에 5700개 매장과 3만 명의 배달원을 두고 있는 도미노스피자는 인공지능(AI) 로봇 ‘돔(Dom)’을 통한 자동응답 서비스를 활용해 주문도 받는다. 전체 주문의 65%가 스마트폰과 AI 자동응답전화 등 ‘디지털 주문’을 통해 접수된다. 주문 처리 비용도 사람이 하는 것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자동차 회사 포드와 손잡고 무인자동차를 이용한 배달과 드론 배달 서비스도 실험 중이다.

약 8000억 달러(약 856조 원)에 이르는 미국 외식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음식 배달서비스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음식점협회(ARA)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음식점의 90%는 종업원 50명 미만이며 70%는 점포 한 곳만 운영한다. 자체 배달원을 두기 어려운 중소 식당들은 그럽허브, 도어대시, 심리스 등의 ‘제3자 음식 배달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럽허브는 뉴욕 증시에 상장됐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뉴욕에 있는 페루음식점 ‘베이비 브라사’의 밀란 켈레스 대표는 “음식배달 회사들은 모든 지역의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전략컨설팅회사 펜털렉트에 따르면 제3자 음식배달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30억 달러에서 2022년 24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공유회사 우버도 ‘우버 이츠(eats)’를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한인 청년들도 식당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해 미국 푸드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런치아이디’는 앱 회원들이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주요 메뉴들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디지털 바우처’를 지급한다. 각 식당은 한 달에 한 번 방문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김국태 대표는 “푸드테크를 활용하면 식당 주인은 무료로 식당을 홍보할 기회를 얻고 뉴요커들은 점심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창업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 실리콘밸리는 ‘로봇 식당’ 혁명 중

실리콘밸리의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음식 서빙 로봇 ‘페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주문한 음식을 손님 좌석에 정확하게 배달하고 돌아올 수 있다. 실리콘밸리=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실리콘밸리의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음식 서빙 로봇 ‘페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주문한 음식을 손님 좌석에 정확하게 배달하고 돌아올 수 있다. 실리콘밸리=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푸드테크는 한국처럼 음식점이 밀집돼 있고 물류 인프라가 뛰어난 대도시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데다 배달 수수료 등의 부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엔 음식을 만들거나 나르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패서디나의 햄버거 체인점 캘리버거 주방엔 지난달 세계 최초로 햄버거 굽는 로봇 ‘플리피’가 등장했다. 센서와 AI 기술을 이용해 햄버거 패티를 집어 그릴에 올려놓거나 뒤집을 수 있다. 플리피를 개발한 미소로보틱스의 데이비드 지토 대표는 “우리의 임무는 요리사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지 그들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엔 커피를 내리는 로봇 바리스타 커피숍과 피자를 굽는 로봇 피자점도 등장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하정우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베어로보틱스는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 ‘페니’를 개발했다. 작은 테이블 같은 모형의 페니는 식당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스스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운반한다. 하 대표는 “음식점들이 로봇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서빙 로봇을 빌려주고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로서의 노동력(Labor as Service)’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푸드테크(Food-tech) ::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식음료 생산, 음식 조리, 배달, 음식물 쓰레기 폐기 등 식품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기술.

뉴욕·실리콘밸리=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푸드테크#로봇#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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