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백배 ‘VR 영화’… 주인공 따라 걷고 함께 술 마시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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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4DX ‘기억을 만나다’ 미리 보니… 31일 개봉

‘4DX’관에서 VR 기기를 쓴 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 360도로 촬영해 고개를 돌리는 만큼 넓게 보인다. CGV 제공
‘4DX’관에서 VR 기기를 쓴 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 360도로 촬영해 고개를 돌리는 만큼 넓게 보인다. CGV 제공
영화 속 물과 바람, 냄새까지 현실처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4DX관’. 자리를 찾아가니 묵직한 가상현실(VR) 기기가 놓여 있다.

기기를 쓴 뒤 영화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출발하려는 버스에 후다닥 올라타는 주인공을 불과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등장인물이 된 듯. 술자리 테이블 장면에선 덩달아 자리 한편을 차지하고 앉은 것 같다. 38분짜리 VR 로맨스 영화 ‘기억을 만나다’를 관람하는 기분은 참으로 오묘했다.

31일 개봉하는 ‘기억을…’은 국내에서 VR와 4DX 기술이 결합한 첫 극장 개봉 영화. VR 기기를 쓴 관객들이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면엔 분명 아무도 없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언덕에서 남녀 주인공이 걸어오고, 위를 쳐다보니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360도’ 어느 쪽이든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촬영은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후문. 붐 마이크 등 필수 촬영장비를 요령껏 숨겨야 했고, 예측 가능한 ‘샷’이 따로 없는 통에 배우들도 바짝 긴장했단다.
관객의 거부감을 줄이려고 공포나 액션물 대신 로맨스 장르로 접근한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관객의 거부감을 줄이려고 공포나 액션물 대신 로맨스 장르로 접근한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억을…’처럼 최근 국내 영화계에도 조금씩 VR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앞서 1월에는 배우 송윤아 한상진 주연의 VR 영화 ‘나인 데이즈’가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했다. 중동전쟁에서 피랍된 종군기자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룬 작품이었다. 러닝타임 28분인 이 작품은 세계 최대 VR 영화제인 ‘LA FEST’에서 대상 후보로까지 올랐다. 영화를 연출한 권양헌 감독은 “고문 받는 종군기자의 공포심을 생생하게 전달해 관객들이 스토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VR 영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간 VR 영화들은 일반 관객들이 극장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칸과 베니스 같은 해외영화제에서 특별 섹션 형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잦았다. 일반 영화관에선 주로 본편의 예고편이나 단편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하지만 이제 ‘실험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추세다. 표 값은 6000원 안팎이다.

하지만 굳이 평가를 하자면 국내 VR 영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꽤나 묵직한 기기를 착용하는 불편함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영상정보로 인한 어지럼증이 적지 않다. 고가 장비에 대한 부담으로 시장의 성장 또한 더딘 편이었다. ‘기억을…’ 역시 짧은 분량에도 몰입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신 고화질 스크린에 비해 VR 영상은 상당히 화질이 떨어져 답답함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계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사업화 전망은 밝다고 보고 있다. 조현훈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본부장은 “최근 미국 최대 극장체인인 AMC에서 VR 전용 상영관을 만들 정도로 VR 영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국내에선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올해 다양한 기기 출시와 콘텐츠 제작 활성화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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