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전원 동의로 환자 2명 연명치료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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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도입후 첫 사례

4일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70대 환자 A 씨의 호흡이 가빠졌다. 심폐소생이나 인공호흡 등 연명의료를 하면 A 씨의 임종을 잠시 늦출 수 있지만 증상이 워낙 나빠 회복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A 씨는 평소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가족들은 모두 그의 고통을 연장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의료진은 가족 전원의 동의를 얻어 이날 오후 A 씨의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A 씨는 4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본인 의사가 아닌 가족의 연명의료 대리 결정권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첫 환자로 기록됐다. 법 시행 이전에도 각 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소생술 포기서(DNR)’에 가족이 대신 서명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서울대병원 등 10곳에서 연명의료 결정제도 시범사업을 벌였을 때도 가족의 대리 결정권은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연명의료를 포기한 환자 43명은 모두 자신이 직접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하는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을 했다.

5일까지 법 시행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A 씨를 비롯해 모두 2명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환자 모두 본인 의사가 아닌 가족 전원의 동의를 받아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이날까지 본인이 서명한 연명의료계획서는 12건, 미리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연명의료의향서는 48건이 접수됐다.

가족의 대리 결정권을 인정할지는 의료계와 종교계 등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2009년 대법원은 가족이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했다가 기소된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 당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2013년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가족의 대리 결정권을 인정하는 입법을 권고했고 2016년 1월 이를 포함한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연명의료법#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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