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자율주행차 이후의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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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에서 선보인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의 내부. 탑승자들이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실내를 응접실처럼 꾸민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선보인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의 내부. 탑승자들이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실내를 응접실처럼 꾸민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석동빈 기자
석동빈 기자
 지난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경연장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도요타 BMW 아우디 등 자동차 회사들이 완전 자율주행차 시험 모델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죠.

 에밀리오 프라졸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이 설립한 자율주행차 벤처기업인 누토노미는 지난해 8월부터 싱가포르에서 6대의 자율주행 택시로 시범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도 자율주행차 투입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세계 최장의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기록(65만 km)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은 최근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면서 관련 시장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열띤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어서 5년 이내에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확실시됩니다. 이미 BMW 아우디 볼보 포드 등이 2021년 자율주행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은 더욱 정교해져서 관련 법규와 보험 등 제도만 빠르게 개정된다면 2030년에는 신차의 20∼30%를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지 편리한 교통수단이 우리에게 추가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산업이나 사회적으로는 메가톤급 변화가 예상됩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이뤄낼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제품 중 하나가 자율주행차인 이유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보면 교통사고의 획기적인 감소가 대표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3000만 명 이상이 부상을 당합니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3∼5%가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교통사고의 95%가 부주의, 법규 위반, 졸음, 음주 운전 등 인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로 바뀌면 사망자가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이 편리해지며 운전으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와 여가 시간의 증가로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운전은 스트레스나 위험 요소이기도 하지만 쾌감도 주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자신의 지위나 경제력을 표시하는 ‘지위재’ 역할도 하죠. 소비자행동 학자들은 운전이 필요 없는 자동차라면 처음에는 신규 수요와 호기심 때문에 판매가 증가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전이 필요 없는 차는 대중교통 수단처럼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교체 욕구나 소유욕이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차와 결합하면 자동차를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신차 수요 감소로 인해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체 자동차 중 실시간 운행되는 비율은 20% 이하이고 나머지 80%는 주차장에서 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현재 자동차 보유대수의 절반만 있어도 충분히 운송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매년 세계적으로 9000만 대가 판매되고, 2000조 원에 이르는 신차 시장이 소유욕 감소로 인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겁니다. 대신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인류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또 자율주행차의 비율이 높아지면 자율주행차의 낮은 사고율과 인간 운전자의 높은 사고율이 비교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아니면 진입이 금지되는 도로가 늘어나게 됩니다.

 1886년 탄생 이후 줄곧 ‘갑’이었던 자동차회사의 지위도 우버나 구글 같은 공유서비스 업체에 빼앗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직업 운전사의 상당수도 일자리를 잃겠죠.

 앞으로 20년에 걸쳐서 진행될 자율주행차의 일반화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과 경제 생태계 자체가 바뀌는 변혁이 예고됩니다. 자동차 관련 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걱정일 수밖에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공유서비스와 지능형교통망 솔루션, 자동차 해킹방지 기술 등 새로운 기회도 함께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제품 연구개발을 넘어서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국제가전전시회#ces#자율주행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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