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관중의 역사’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14년 만에 운영 종료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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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10만 관중의 신화를 쓰며 한국 e스포츠의 역사로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 e스포츠 협회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올해까지 14년 동안 지속된 전 세계 최초의 팀 단위 e스포츠리그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이 10월 18일부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던 프로리그 중단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04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당시 한빛 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에 10만 명의 팬이 모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한국 e스포츠의 핵심콘텐츠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후원 축소와 승부조작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다각도로 노력해 지속적인 운영을 펼치려 했지만 리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지속적인 운영에 한계에 부딪혀 프로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은 18일 “무거운 마음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종료를 알려드리게 됐다”라며 “하지만 많은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들 덕분에 프로리그를 2016 시즌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참가 팀 수 축소와 선수 수 부족, 리그 후원사 유치 난항,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 등으로 더 이상 프로리그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6시즌 프로리그에 참가했던 총 7개 팀 가운데 5개 스타크래프트 프로팀(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 CJ 엔투스, MVP)운영도 종료된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지속적으로 팀 운영을 하며 아프리카 프릭스는 팀 운영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 한국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 성명 전문>

안녕하십니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전병헌입니다.

협회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종료를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3년 세계 최초의 팀 단위 정규 e스포츠 리그로 첫발을 내디뎠던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올해까지 장장 14년을 이어왔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e스포츠 리그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수많은 e스포츠 스타 선수들이 발굴되고 성장하는 기반이었으며, 한국이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 최강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토대였습니다. 특히, 프로리그는 한국의 e스포츠를 대표하는 리그로 성장하여 한국을 너머 전 세계 e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프로리그는 매번 수준 높은 경기와 새로운 이야기로 팬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열광과 즐거움의 이면에는 주최자로서 극복해야 할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협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인 e스포츠 후원 중단 및 축소 여파와 사상 초유의 e스포츠 승부조작, 프로팀 해단 등 프로리그 운영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 최소 운영 팀 수 유지를 위한 제8게임단 위탁 운영, EG-TL 해외 연합팀 참여, 비기업팀의 프로리그 참가 지원, 프로리그 해외 중계권 판매를 통한 자생력 확보, 해외 e스포츠 대회들과의 협력 강화 등 프로리그 지속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저 또한 지난 2013년 한국e스포츠협회장 취임 후 협회장으로서 협회 사무국과 회원사들과 함께 프로리그 운영 정상화와 국내 스타크래프트 시장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안정적인 리그 중계 환경 조성과 해외 중계권 판매확대, 진에어 그린윙스팀 후원 유치, 해외 리그 주관사들과 협력, 프로리그 활동 선수들의 해외대회 참여기회 확대와 KeSPA Cup 개최 등 다각도의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스타크래프트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들이 항상 현장에서 함께하고, 응원해준 덕분에 우리는 프로리그를 2016 시즌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는 지속적인 참가 팀 수 축소와 선수 수 부족, 리그 후원사 유치 난항,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 등으로 더 이상 프로리그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또한 협회는 2016시즌 프로리그에 참가했던 총 7개 팀 중 5개 팀의 스타크래프트 프로팀 운영 종료도 함께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14년 간의 여정을 뒤로 하고 프로리그의 운영 종료를 결정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으며, 스타크래프트 프로팀 운영 종료 소식까지 전하게 되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비록 프로리그는 종료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로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중 하나로, 게임뿐 아니라 e스포츠로서 몰입감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협회는 오는 11월 스타크래프트 II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본선에서 활약하게 될 선수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협회 회원사들과 모색하고, 스타크래프트 KeSPA Cup 확대 및 개인리그 출전 지원 등 국내 프로 선수들의 활동 무대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 열정을 바친 선수들과 코치, 감독, 팀 사무국, 캐스터,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 분들과 항상 응원을 보내준 e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리그를 지원해 준 후원사와, 훌륭한 게임을 개발하고 오랜 기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프로리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프로리그와 관계된 모든 분들의 열정과 공헌이 없었다면 프로리그의 14년 역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협회는 협회 회원사, 게임 종목사 그리고 여러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e스포츠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e스포츠 시장을 선도하고 e스포츠를 한국의 주류 문화로 만드는데 기여한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선수와 팬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자랑스럽고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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