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구글이 변했다?

동아일보 입력 2010-08-25 03:00수정 2010-08-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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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벤처기업인으로부터 “구글도 이제 ‘조금’ 악해진 것 같다”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습니다. 구글은 한때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호로 유명한 기업이었는데 이를 비꼰 내용이었습니다.

근거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테코노미’ 콘퍼런스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가 한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떠한 익명성도 인터넷의 미래가 될 수 없다”며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당신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당연히 익명성 속에 숨고자 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없애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이 고객을 위한 실명 서비스를 갖춰야 하고 정부도 기업에 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건 참 모순된 발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구글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하고 한국에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기능을 아예 없앤 바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홍보팀은 “구글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CEO의 실명제 주장이라니요?

그래서 구글 측에 문의했습니다. 왜 이런 과거 입장과 모순된 발언이 나왔는지 배경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구글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즉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본인들의 철학과 주장을 밝히던 것과 대조적이라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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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닙니다. 구글은 최근 미국의 버라이즌이라는 통신사와 함께 ‘망중립성’에 대한 합의를 했습니다. 골자는 유선통신에서는 중립적인 통신망 이용을 보장하고, 무선통신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해 망중립성을 당장 요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가 인터넷을 오가는 데이터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돈을 받고 특정 정보를 더 잘 보이게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 합의가 발표되자 구글이 원칙을 포기하고 통신사의 힘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생겼습니다. 구글은 현실적으로 무선통신의 용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통신사가 투명한 정보공개를 하기로 약속했으니 원칙을 지킨 타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반대론자들은 구글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이 이제 초기의 ‘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을 갑갑해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었죠.

지금도 구글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펄쩍 뜁니다. 구글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을 때마다 그 결정에 이른 내부 논쟁과 결정의 근거를 문서화해 공식적으로 밝히기 때문에 초기의 정신이 훼손될 리 없다는 거죠. 하지만 구글은 최근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서 무선랜(Wi-Fi)을 통한 개인정보 무단 수집 문제로 홍역을 겪는 등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미 우리 모두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악한 구글’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일개 기업에 너무 많은 걸 의존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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