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KT 우승 후 영구결번!” 제2의 박경완·김원형 그리는 강현우·소형준

최익래 기자 입력 2020-01-31 08:38수정 2020-01-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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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상징인 '비상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강현우(왼쪽)와 소형준.
29년 전인 1991년, 전주중앙초~전주동중~전주고등학교 동기생 배터리는 나란히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했다. 2010년 투수가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이들이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시간만 22년이다. SK 와이번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경완·김원형(이상 48)의 이야기다. KBO리그에서 고교 동기가 10년 이상 배터리 호흡을 맞춘 건 이들뿐이다.

2020년, 한 쌍의 배터리가 제2의 박경완·김원형을 꿈꾸고 있다. 주인공은 KT 위즈의 소형준·강현우(이상 19)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한 이들은 2020년 나란히 KT의 지명을 받았다. 평가도 닮아있다. 소형준은 2학년 때부터 ‘전국구 투수’로 이름을 떨쳤고 2020년 신인 최대어로 꼽혔다. 강현우 역시 연령별 국가대표 코스를 정석대로 밟아오며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신고는 2019년 이들을 앞세워 황금사자기 포함 2관왕에 올랐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들을 2020년 1군 자원으로 일찌감치 분류했다. 영원의 배터리를 꿈꾸는 단짝을 1군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직전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났다. 단기적 목표는 신인왕, 장기적 목표는 KT 우승을 이끈 뒤 영구결번으로 남는 것이라는 이들의 유쾌한 수다에는 약관의 풋풋함과 특급신인의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있다.


● “또 너냐…” 지겨울 틈 없이 끈끈한 인연


- 유신고에 이어 나란히 KT의 지명을 받았다. 흔치 않은 케이스다.

소형준(이상 소) : “지겹긴 하다(웃음). 앞으로 10년 이상 (강)현우와 호흡을 맞춰야 할 텐데 걱정이다. 사실 한 고교에서 프로에 같이 입단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심지어 한 팀에서 뛰게 됐다.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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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이상 강) : “‘또 너냐’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웃음). (소)형준이는 7월에 이미 KT의 1차지명을 받았다. 무조건 다른 팀으로 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이른 순번(2차 1라운드)에 KT 지명을 받게 됐다. 정신을 차려보니 형준이와 같은 팀이라는 게 떠올랐다.”

- 3년 전이니까 첫인상이 선명히 기억나지 않을까?


소 : “초등학생 때 리틀야구 대표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따로 연락을 하진 않았다. 중학교 때 경기장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 유신고 입학했을 때 현우는 캐칭이 좀 서툴렀다. 골반이 뻣뻣해서 블로킹 자세도 제대로 안 나왔다. 그런데 코치님과 매일같이 훈련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세월 참 빠르다(웃음).”

강 : “형준이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빼빼 말랐다. 스피드가 안 나왔지만 제구만큼은 정말 좋았다. 고교시절 내내 몸이 좋아졌고 힘이 붙으면서 성적도 좋아지더라. 볼을 받을 때 느낌 자체가 확실히 달랐다.”

- KT의 연고지인 수원 유신고 출신이다. KT위즈파크에는 종종 왔나?


강 : “3학년 때는 지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 야구만 신경 쓰기 바빴다. 하지만 1,2학년 때는 자주 왔다. 지명 후 동기들 모두가 KT 팬들에게 인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정말 짜릿했다. 올해는 1군 선수로 그 함성을 자주 느끼고 싶다.”

소 : “2학년 때 두 번 정도 왔다.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야구장에서 응원을 했다. 치킨도 먹고(함박웃음).”


● 여우같은 포수와 몸쪽 승부 즐기는 투수


“소형준은 5선발 후보로 생각 중이다. 강현우는 백업 자리를 두고 경쟁시키겠다.”

이강철 감독의 2020시즌 구상이다. 물론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찍어야 가능하지만 아직 KT 소속으로 공 한 번 던지고 받지 않은 신인임을 감안하면 구단이 거는 기대가 드러난다.

- 이강철 감독과 이숭용 단장 모두 기대치가 상당한데.


강 :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자체가 감사하면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제 난 프로 아닌가. 이겨내야 한다.”

소 : “그 기대만큼 던지고 싶다. 해왔던 걸 꾸준히 발전시키면 프로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이 중 커브가 제일 자신 있다. 고교 리그에서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만 던졌다. 지난해 말 대학 대표팀에 파견 갔을 때 우타자에게 던지는 훈련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발전하고 싶다.”


- 서로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 텐데, 팀 선배들에게 서로를 소개한다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 느낌으로 부탁한다.


강 : “우리 형준이는요…(웃음).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디든 코너워크도 가능하고 멘탈이 강하기 때문에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소 : “우리 현우는요…. 여우같은 포수다. 타자들을 혼란시키는 구종, 코스를 잘 이끈다. KT 선배들이 믿고 던지셔도 될 만한 포수 아닐까 싶다. 카리스마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여우같긴 하다.”

● “커플 여행 보내줄게” vs “카드 1시간 이용권”


- 신인왕이 얼마나 욕심나는가?


소 : “모든 신인의 목표 아니겠나. 투수는 포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KT의 기존 장성우 선배, 허도환 선배, 안승한 선배, 이준수 선배는 물론 현우의 도움을 받아 신인왕에 오르고 싶다.”

강 : “형준이 말에 동의는 하지만 신인왕 도우미에 만족할 생각은 결코 없다. 포수 신인왕은 양의지 선배(NC 다이노스) 이후로 없는 걸로 안다. 10년만의 역사를 쓰고 싶다.” (KBO리그 역대 포수 신인왕은 1990년 김동수, 1999년 홍성흔, 2010년 양의지 이후 명맥이 끊겼다.)

- 자신이 신인왕에 오른다면 상대방에게 선물 하나 해주는 공약을 걸어보자.

소 : “현우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기가 막힌 고깃집에서 배 터지게 고기를….”

강 : “장난하나? 너무 약하다. 신인왕을 받는다면 형준이에게 내 카드를 주겠다. 백화점에서 1시간 무제한 결제 가능 조건이다(웃음).”

소 : “어머니 명품백을 사드려야겠다. 그럼 난 현우가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여행을 보내주겠다. 원하는 곳 어디든 비용 전액을 내주겠다.”


- 신인왕이 단기적 목표라면, 장기적인 야구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강 : “김응용 전 감독님의 명언이 있지 않나. ‘타자는 양준혁, 투수는 선동열, 야구는 이종범’. 아직 포수 자리가 비어있는데, 저 문장 사이에 ‘포수는 강현우’가 추가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자신 있다.”

소 : “박경완·김원형 코치님처럼 (강)현우와 함께 좋은 배터리로 기억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KT에서 우승하고 영구결번이 되고 싶다. 최상의 시나리오 아닐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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