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건강 걱정 국가 배려냐… 과도한 시장 개입 월권이냐

조유라 기자 , 임우선 기자 입력 2018-07-20 03:00수정 2018-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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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다시 주목받는 ‘초중고 커피판매 금지’
19일 서울 종로구 D고등학교 인근 카페에서 학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학교 안 커피 판매를 금지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 개정안’이 9월 14일 시행되는데, 학교 밖에선 손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런 것까지 국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의 대표적 예로 ‘학교 안 커피 판매 금지’를 예로 들었다. 이 발언으로 9월 14일 시행을 앞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 안 커피 판매 금지는 학생의 건강을 생각한 국가의 ‘배려’일까, 음료 선택권·판매권마저 구속하는 국가의 ‘월권’일까.

19일 법제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의원 13명이 발의했다. 초중고교에서 커피 등 고(高)카페인 식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정 전 특별법도 이미 고카페인 성분이 포함된 에너지 음료나 커피 성분이 포함된 가공우유 등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었다. 커피는 ‘성인 음료’로 간주돼 교사 등을 위해 커피자판기나 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교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일부 중고교생이 공부할 때 각성 효과를 보려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청소년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고카페인 함유 식품’이라는 표현을 ‘커피 등 고카페인 함유 식품’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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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실효성이 없다” “쓸데없는 규제”라는 혹평과 “아이들의 식생활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학교 안에 이미 매점도, 자판기도 없다는 서울 J고 교장은 “이미 탄산음료나 카페인 음료를 안 파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며 “취지는 알겠지만 불필요한 데 공을 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K고 교장은 “아이들의 카페인 섭취 문제는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이 문제”라며 “카페인의 부작용에 대한 교육이나 학교 밖 판매는 그대로 두고 교내 판매만 금지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J고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은 “오후 4시 반쯤 되면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주로 세일을 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사간다”며 “1+1 행사를 하는 에너지 음료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한 번 왔다 가면 매대에 제품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학교 안 커피가 아니라는 얘기다.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이 다량 포함돼 각성 효과가 크다.

반면 서울 Y고 교장은 “학교 밖에서 마시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교육기관인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카페인 섭취를 줄여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K고 교장도 “이번 조치로 선생님들이 좀 불편하게 됐지만 감수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청소년이 커피 등을 통해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수면장애, 신경과민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몸무게 1kg당 2.5mg 이하로 체중 50kg의 청소년 기준 125mg 이하다. 캔커피 한두 개만 마셔도 권장량을 초과한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초중고 커피판매 금지#시장 개입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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