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인생 수담]“창조와 혁신적 생각의 훈련 도구로 바둑이 딱입니다”

서정보기자 입력 2016-06-23 03:00수정 2016-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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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관련책 ‘판을 읽어라’ 낸 박장희 기도산업 회장
박장희 기도산업 회장이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최근 낸 책 ‘판을 읽어라’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소파가 놓인 이 사무실을 손님이 올 때만 쓰고 거의 쓰지 않는다. 아래층 탁자 놓인 사무실이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까칠했다.
저돌적이거나 유려하진 않은데 어딘지 ‘뒷골’이 당기는 바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초반에 섣불리 건드렸다가 날카로운 가시에 깊숙한 상처를 입었다.
중반 이후 기자의 꼬임에 넘어가 비록 형세가 역전됐지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17일 서울 강서구 기도빌딩에서 만난 박장희 기도산업 회장(70)은 9분 면바지에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기도산업은 할리데이비슨, BMW 등 유명 모터사이클 업체에 옷을 납품하고 있으며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이 33%로 1위다.
그는 “이 바닥(의류업계)에선 이렇게 입는다.
평소엔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는데 기자를 만난다고 해서 그나마 점잖게 입고 나왔다”고 했다. 》

그는 최근 아마 강자인 신봉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와 함께 바둑 관련 책 ‘판을 읽어라’(국일미디어)를 펴냈다. “집사람 때문에 나온 책이에요. 하하. ‘바둑쟁이’들이 쓸모도 없는 바둑을 왜 궁상맞게 앉아서 두고 있느냐고 묻는데 대답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2년 전 바둑계에서 ‘가방끈 긴’ 인사들을 모아 ‘바둑포럼’을 만들었다. 바둑이 왜 좋은지, 바둑계가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서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모임이었다.

“이 책은 그 첫 결실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둑이 창조와 혁신적 생각의 훈련도구로 딱 맞다’는 겁니다. 바둑이 이기고 지는 승부의 게임뿐 아니라 창조적 발상의 도구라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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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선 바둑이 줄 수 있는 4가지 능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새로운 패턴의 창조, 전체와 부분의 연결, 스스로를 돌아보는 피드백 능력을 꼽은 뒤 이에 맞는 각종 사례와 바둑을 연결했다.

바둑을 좋아한다지만 의류업체 대표가 왜 이런 일까지 하는지 궁금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바둑을 두지 않잖아요. 바둑 같이 좋은 게임이 지속 가능했으면 하는 거죠. 그러려면 바둑의 재미나 승부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바둑의 유용성을 밝혀 스스로 바둑을 찾아오게 만들자는 거죠.”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과 같은 마음’이라고도 했다. 그가 2009년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아마추어 바둑대회인 ‘기도컵’을 열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바둑대회라고 하지만 실제론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싸움이잖아요. 세계란 말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다른 인종과 지역에서도 바둑이 인기가 있어야죠. 함부르크에서 바둑 보급을 하는 윤영선 8단의 팬이기도 해서 대회를 만들었습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효성 계열사인 대전피혁에 다니다 1970년대 후반 기도산업을 차렸다.

“남들이 다 하는 거 재미없잖아요. 대기업 다니면서 승진하는 게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어차피 남의 사업이고…, 전 조그맣더라도 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바둑도 남의 바둑 보는 거보다 직접 두는 게 훨씬 재밌잖아요.”

모터사이클 의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든 그는 열정 하나로 버텼다. 좋은 소가죽을 구하기 위해 브라질로 건너가 경비행기를 타고 소떼를 관찰하며 구매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군 기도산업은 물론이고 수영복 업체인 프렉스,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드는 기도스포츠 등의 연간 매출액은 2000억 원이 넘는다.

“전 열정이 열쇠라고 봐요. 머리 좋은 거? 시험을 잘 보는 데는 필요한데 인생이나 사업은 그렇게 ‘짧은 시험’이 아니에요.”

●나의 한수○

즐기는 것부터 해라


즐기지 않으면 성공은 의미 없다. 즐기면 에너지가 배로 나온다. 즐기면 조그만 분야에서 반만 성공해도 기쁜데, 즐기지 않으면 큰일을 해내도 별로 기쁘지 않다. 주변에서 의미 있다고 하는 일을 따라가지 말고, 내가 즐거운 일이 어떤 것인지 찾아야 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판을 읽어라#박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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