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간호사의 병원 제대로 알기]또 하나의 사랑 나눔 ‘장기기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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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몇 해 전 한 20대 남성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청년인데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원래 봉사정신이 뛰어났다는 청년은 조국의 아픈 이들을 위해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수많은 죽음을 접했던 필자도 고개를 숙이게 만든, 경건한 마지막이었다.

장기 기증은 말기 장기부전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 9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인체조직 기증은 선천적, 후천적 신체장애 및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데, 많게는 수백 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한 청년의 숭고한 결정은 아홉 명의 생명을 살렸고, 수백 명의 생명을 연장했으며, 환자와 보호자의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줄여 줬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사람의 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2014년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5000명에 달한다. 해마다 2000여 명의 새로운 대기자가 생기지만 한 해 이식 건수는 4000건도 되지 않는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대기자가 이식받기까지 평균 3년 이상 걸리고,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대기자도 매년 1000여 명에 이른다.

병원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직접 보고 듣는 필자는 몇 해 전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다행히 기증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원한다고 해서 모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심장 박동 외 신체 기능이 정지된 뇌사 상태에서 기증 의사가 있는 환자의 상태를 정밀히 검토하는데, 이때 장기를 포함해 신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병으로 기증을 포기하기도 한다.

장기 기증을 서약한 후 필자의 삶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만일의 경우 내 장기를 누군가에게 기증하게 된다면, 받는 이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내 몸을 더 잘 보살피게 된 것. 이런 변화에 감사함을 느낀다.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장기기증#장기#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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