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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치유의 길, 희망의 길… 길에서 삶을 노래하다

입력 2015-12-24 03:00업데이트 2015-12-2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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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숲 길’]11人 명사들이 빛낸 ‘1년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끝>
《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동아일보가 함께한 ‘이야기가 있는 숲길’은 각 분야의 명사들과 함께 지난 1년간 12번의 트레킹에 나섰다. 길 위에 나선 사람들은 때로 힘들게 걸어온 자신의 길을 뒤돌아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그려 보기도 했다. 숲에서 시작한 길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마음의 길로도 이어졌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고 산에서 만난 이들과 자연스럽게 길동무가 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았다. 》


○ 남겨진 말들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명사가 함께 숲길을 걸었다. 연극배우, 뮤지컬배우,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바둑 명인, 만화가, 소설가 등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동아일보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국의 숲길을 누볐다.

그들은 바쁜 일정에도 오전 일찍 현장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치열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난 명사들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축령산 치유의 숲길을 걸었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는 숲길에 있던 편백나무를 상대 삼아 밭다리 기술을 걸기도 했다. 그는 또 2000년 백두산에서 엄 대장과 의형제를 맺은 일을 추억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현역 시절 극단적인 인내력을 요구하는 훈련량이 버거워 나 자신을 속이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내가 제일 싫었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강원 인제군 자작나무 숲길을 찾았던 연극배우 윤석화 씨는 시종일관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산과 길에 자신을 빗대며 배우 인생을 회고했다. 10년 전 오대산에 오른 뒤 처음으로 다시 산길에 나섰다는 윤 씨는 “‘윤석화’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고자 했던 것이 나의 삶이었다. 내가 죽은 다음에 누군가가 ‘윤석화는 이렇게 살았던 거야’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숲 사이에서 동요 ‘겨울나무’를 흥얼거리며 “배우는 악기다. 때로는 첼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오케스트라 내의 다른 악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산길에 나서 기뻤다는 윤 씨는 다음 트레킹 코스였던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 때도 함께했다. 절친한 사이인 소설가 서영은 씨와 동행한 것이다. 강원 강릉 출신인 서 씨는 구룡령 길이 “고향 길 같다”며 험하고 경사가 급한 길을 거침없이 걸었다. 서 씨는 꽃이 없는 겨울 숲길에서 오히려 생명의 기운과 순환을 생각했다. 그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죽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비록 꽃잎은 떨어졌지만 식물은 그 뒤에 올 열매와 씨앗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범신 씨는 4월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산길에서 부는 바람이 코와 비장을 거쳐 몸을 청소하고 나갔다”고 산행의 상쾌한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씨는 함께 길을 걸은 엄 대장을 향해 “히말라야 16좌 등정도 위대했지만 사람을 16명 정복하는 것은 더 위대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씨는 걸음을 재촉해 행렬을 뛰어넘어 앞서 가는 등산객들을 향해 “왜 산길을 ‘러닝머신’으로 활용하시냐”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 산길에서 길동무가 되다


12번의 트레킹은 명사들의 배려심과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대관령 국민의 숲길에 나섰던 바둑의 전설 조훈현 국수는 “바둑 한 수 가르쳐 달라”는 등산객들의 부탁을 무시하지 않고 성실하게 조언을 건넸다. 조 국수는 “엄홍길 대장이 산악인들에게 산에 어떻게 올라가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듯, 특별히 도와줄 말은 없다”면서도 “다만 상대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의 소백산 자락길을 찾은 만화가 허영만 씨는 전날 배탈이 나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고객과 등산객들에게 먼저 물을 권하면서 코스를 완주했다. 식탐이 많기로 유명한 허 씨였지만 배탈 때문에 트레킹을 마친 후 지역 특산품인 쇠고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국내 정상급 배우인 박상원, 김영철, 정준호 씨, 뮤지컬 배우 배해선 씨 역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강릉의 바닷가 바우길을 찾은 박 씨는 사진 애호가답게 주변 사람들과 바다의 모습을 쉬지 않고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행사 후 회식 자리에서는 함께 길을 걸었던 밀레 고객들에게 직접 막걸리를 따라 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북한산을 찾은 정 씨는 주변 사람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본인이 먼저 사진이 멋지게 나올 만한 장소를 골라 함께 포즈를 취하고는 했다. 우연히 고향인 충남 예산 출신 등산객을 만나 한동안 길에 서서 이런저런 고향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 운명적인 ‘독도’와의 만남

‘이야기가 있는 숲길’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밀레 고객들과 함께 8월 독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기상 여건과 파도 때문에 독도에 직접 배를 댈 수 있는 날이 일 년 중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극적으로 독도에 발을 디뎠다.

울릉도-독도를 오가는 배의 승무원 이윤우 씨는 독도에 대해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는 섬”이라고도 했다. 이런 말을 듣고 어렵게 독도에 들어섰을 때 많은 이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독도를 방문할 때는 명사를 초청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밀레 브랜드 엠리밋이 이벤트 추첨을 통해 선정한 30여 명의 고객과 함께했다. 배가 독도에 진입할 때 마중 나온 독도 경비대원들의 거수경례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독도 땅을 밟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들 했다.

12번의 여정에 밀레 고객 900여 명도 함께했다. 매번 트레킹에 나설 때마다 어린 시절 용돈을 아껴 서점에서 한 권씩 샀던 책을 읽는 듯한 설렘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東亞日報와 밀레가 함께하는 열두 길 트레킹

글=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사진=신원건 laputa@donga.com·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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