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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배우 정준호, 서울의 鎭山서 ‘인간 정준호’를 만나다

입력 2015-11-26 03:00업데이트 2015-12-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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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와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숲 길’]배우 정준호, 북한산 우이령길 트레킹
시원스레 솟아오른 북한산 인수봉 앞에 선 배우 정준호 씨(오른쪽)와 산악인 엄홍길 대장. 정 씨의 주변에는 친구와 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상대방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북한산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 중 가장 산세가 웅장하며 서울의 진산(鎭山), 즉 서울을 지켜주는 산으로 여겨졌다. 북한산을 이루고 있는 세 봉우리인 백운대(836m), 인수봉(810m), 만경대(799m)가 큰 삼각형으로 놓여 있어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불렸다.

북한산 산길에서도 서울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道詵寺)에서 하루재로 향하는 길은 더욱 경사가 가파르고 험하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숨이 가쁘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북한산의 절경이 눈에 들어와 힘든 내색을 할 겨를이 없다. 때마침 11월의 붉은 단풍잎과 파란 가을 하늘이 수시로 교차하며 눈을 즐겁게 했다. 산 아래 우이동에서 경기 양주시 장흥까지 뻗어 나가는 우이령길 역시 단풍과 가을 하늘로 채워진 세계였다.

배우 정준호 씨(45) 역시 이 계절의 경치를 닮았다. 파란 하늘이 보색관계인 붉은색 단풍과 어울려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듯 정 씨 역시 상이한 매력 요소들을 함께 지니고 있다. 외모는 이국적이지만 성격은 부드럽고 때로는 청국장처럼 구수하다. 1995년 MBC 탤런트 공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지 20년째인 2015년의 늦가을, 마법처럼 이끌려 그는 북한산을 찾았다. 북한산 정취에 취해 ‘인간 정준호’의 과거와 현재를 들어보았다.

○ 20년 만인 이제야 진정한 연기

도선사 옆길로 오르는 북한산 등산로에는 제법 바위와 돌이 많다. 가을비를 맞은 바위를 무심코 밟다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지만 정 씨는 데뷔하고 얼마 동안 여러 번 미끄러진, 운이 따르지 않은 배우였다. 수려한 꽃미남 스타일의 외모와 미소를 가졌음에도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었을 멜로드라마 주인공 역할은 비켜갔다. 악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연기 욕심을 다 채울 수는 없었다. ‘아나키스트’ ‘사이렌’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배우로서 밑바닥까지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안 풀렸다.

“제 연기 인생을 바꿔 놓은 건 ‘두사부일체’죠. 연기의 달콤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2001년 겨울 개봉한 영화 ‘두사부일체’는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조직폭력배 두목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코믹 캐릭터를 연기한 정준호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고 관객들에게도 통했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연기 생활 20년째 되는 올해 가을, 그는 14년 전 자신의 연기 인생을 바꿔 놓았던 조직폭력배 역할을 다시 맡았다. 두사부일체에서 맡았던 계두식과 비슷한 캐릭터다. 18일부터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달콤 살벌 패밀리’에서 조직폭력배이면서 한 가정을 이끄는 아버지로 나온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두사부일체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찰떡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웅인까지 끌어들였다.

“집 바깥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지만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역할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지금 내 삶은 내가 맡은 극중의 인물보다 조금 더 낫지 않나, 인생은 달콤한 맛만 볼 수는 없다… 정말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그는 2011년 이하정 아나운서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아내와 아들을 얻은 가장으로서 대본을 보니 하나하나가 정말 결혼 전과는 다르게 와 닿아요. 연습을 하다가 나도 집에서 이랬나 싶기도 하고… 이제야 내가 진정한 연기를 하고 있구나 뿌듯하기도 해요. (정)우성, (이)정재 등 결혼 안 한 후배들이 이제 아이로 보여요. 하하.”

○ ‘거짓말 박사’를 ‘연기자 정준호’로 만든 가족


하루재를 거쳐 영봉(604m)에 도달하면 북한산의 명소인 인수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거친 산을 오르다 힘이 빠진 등산객들도 인수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지는 곳이다. 인수봉의 절경에 흠뻑 빠진 정 씨는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등산객들을 일일이 가족처럼 끌어안고 포즈를 취했다.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잘 생겼다”는 등산객들의 칭찬에 함께 찍을 사진이 잘 나올 만한 장소를 먼저 찾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의 바르면서도 때로는 능청스럽게 재치를 발휘하는 성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연예인이지만 각 분야의 지인이 많기로 유명한 그가 사람을 끄는 무기다. 연기자로서도 큰 장점이다.

“제가 원래 거짓말 박사였어요. 어린 시절에는 저의 말에 안 속은 사람이 없어요. 부모님에게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밥을 먹였고, 용돈을 받아냈어요. 어머님은 학교 수업료를 1년에 여섯 번 내는 줄 아셨어요. 그 돈으로 제대로 놀았죠. 중학교 때는 ‘동그라미’라는 음악 밴드를 만들어 극장을 빌려 공연도 하고요. 충청도 예산 시골 출신이지만 사람들이 재벌 아들인 줄 알았다니까요. 신성일 선생님과 닮은 아버지는 제 말을 다 믿어 주셨어요. 어머니도 장손이 거짓말은 안 한다며 무작정 아들 말을 따라주셨죠. 그때 만약 부모님이 혼을 내고 꺾었다면 비뚤어졌을 수도 있었겠죠. 부모님 사랑 덕에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두 살 터울의 누나도 정 씨에게는 감사한 존재다. “누나의 흰 셔츠를 빼앗아 입기도 하고, 서울에서 재수하면서 자취할 때는 누나가 벌어 하숙비로 보내준 돈을 홀라당 까먹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동생에게 한 번도 싫은 소리 안 했어요. 고마운 마음에 제가 연기자로 돈을 번 뒤 가장 먼저 누님에게 집을 사드렸죠.”

○ 남을 돋보이게 하는 어시스트의 달인

연예계에서 ‘정준호’ 하면 ‘팔방미인’ ‘마당발’ ‘의리’로 통한다. 연예계를 넘어 많은 사람과 친분을 나누고 있고 못하는 게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스포츠에도 능하고 음악 연주(드럼) 실력도 뛰어나다. 그렇게 쌓은 인맥이나 재능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습관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면 본인이 만든 음악 밴드에 배우 김승우를 기타, 배우 한재석을 베이스기타, 장동건을 또 다른 기타 멤버로 끌어들여 연주를 배우게 하는 식이다. ‘사람이 재산’이라는 진리를 최고의 덕으로 여긴다.

그는 현재 골프의류 사업을 하고 있다. “시즌마다 300벌 정도 새 디자인의 의류를 출시하는데 그때마다 디자이너들한테 항상 얘기를 해요. 영화가 개봉을 할 때, 새로운 좋은 사람을 만날 때와 같은 설레는 감정으로 일에 다가가라고 말이죠. 그러다 보면 일을 즐기게 되고 여러 모로 파급 효과가 커지니까요.”

영봉에서 코끼리바위를 거쳐 육모정 고개와 용덕사 입구까지, 우이령길과 만나는 내리막 산길은 난코스다. 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디디며 내려와야 하는 곳이 많다. 자칫 미끄러지거나 굴러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산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눌 여유도 없다. 그 와중에도 정 씨는 등산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자신을 알아보고 동향인 충청도 예산 출신이라고 밝힌 여성 등산객을 만나자 한참 동안 이런저런 안부를 물었다.

작품에 출연할 때도 동료 출연자를 배려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번 드라마 ‘달콤 살벌 패밀리’에서도 자신과 함께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연기자가 캐스팅되도록 도왔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작품에서는 주연이 빛나도록 연기를 하고 촬영장 분위기를 이끈다고 했다.

정 씨는 “‘상부상조’하는 마음으로 늘 작품을 만난다. 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을 할 때는 주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도 분명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그만의 신조를 만들어 놓았다.

“‘1년에 나의 생일은 하루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나머지 364일은 다른 사람들의 생일이니 항상 축하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여기고 세상을 대하고 있어요. 연예계에는 의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이미지를 깨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어요.”

우이령길로 접어들면서 정 씨는 사방의 경관을 즐기느라 말수가 줄었다. 소나무 숲에서 뿜어 나오는 건강한 기운에 몸을 맡기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몸을 챙기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북한산과 우이령길의 추억이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한다.

▼방수-투습 기능 탁월… 목이 높아 발목부상도 예방▼

■ 겨울산행 등산화 ‘하이락’

겨울철 갑작스럽게 내린 눈으로 미끄러워진 길과 얼어붙은 돌은 겨울 산행의 장애물이다. 안전한 겨울 산행을 위해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이 뛰어난 등산화를 신는 것은 필수다.
겨울 등산화는 먼저 눈이 스며들지 않도록 수분의 침투를 막는 방수 기능과 내부의 습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투습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신발 내부가 젖은 채로 산행을 계속하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발목을 단단하게 지지해줄 수 있는 등산화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하이컷(목이 높은) 스타일의 등산화는 발목을 효과적으로 지지해
뒤틀림과 부상 위험이 적다. 마지막으로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밑창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바닥의 충격이 그대로 발에
전달되면 짧은 보행에도 쉽게 피로해진다. 그러면 가뜩이나 체력 소모가 큰 겨울 산행이 더욱 힘들어진다.

밀레에서
출시한 ‘하이락’(사진)은 겨울철 장거리 산행을 위한 전문가형 하이컷 등산화다. 방수와 투습 기능이 뛰어나 눈이나 습기가 신발
안에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불규칙적이고 장애물이 많은 지형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고강도 비브람(Vibram)창을 사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또 마찰이 잦은 전족부와 후족부에는 고무 소재를 덧대 충격으로부터 발을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소비자가격은
32만8000원.

東亞日報와 밀레가 함께하는 열두 길 트레킹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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