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로 나온 병실침대… 말기환자들 웃음 되찾아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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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21> 포천 모현센터의원

《 평균 16일. 경기 포천시의 모현센터의원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삶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날수다. 더이상 어떠한 치료도 무의미한 말기 환자들은 이곳에서 한 달을 채 머물지 못한다. 하지만 모현센터의원은 이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병원 구석구석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

5일 정극규 모현센터의원 의료원장(위쪽 사진)이 호스피스병동에 새로 입원한 한 환자에게 완화치료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입원 환자들이 센터 앞 뜰에 나와 가든파티를 하는 모습. 포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모현센터의원 제공
5일 정극규 모현센터의원 의료원장(위쪽 사진)이 호스피스병동에 새로 입원한 한 환자에게 완화치료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입원 환자들이 센터 앞 뜰에 나와 가든파티를 하는 모습. 포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모현센터의원 제공
○ 침상 이동 가능한 넓은 공간

5일 오전, 모현센터의원 3층에 위치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서자 따뜻한 햇볕이 들어왔다. 1인실, 2인실, 4인실로 이루어진 병동은 각 방에 테라스가 딸려 있어 바깥 경치가 내다보였다. 병실 밖 복도 중간중간에도 야외 테라스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였다. 채광에 이토록 신경 쓴 이유는 환자들이 우울한 기분을 떨쳤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병실 밖 복도는 다른 호스피스 시설보다 조금 더 넓은 편. 침상의 가로 길이보다 1.5배 이상 긴 너비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침상에 누운 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환자들은 침상에 몸을 싣고 야외 테라스로 나가 일광욕을 즐기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센터 밖 야외 정원에도 나갈 수 있다. 윤수진 간호팀장은 “환자들을 위해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는 2005년 모현센터의원이 설립된 이후 보건복지부나 기타 호스피스 관계 단체들이 가장 많이 참고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진료비 부담 최소화

15개 병상과 임종실은 1인실과 2인실, 4인실로 구성돼 있다. 병동 환자들은 저렴한 입원비에 담당 의사 1명과 사회복지사 1명, 간호사 9명 등 10명이 넘는 의료진으로부터 양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1인실을 제외한 2, 4인실은 하루 입원비가 2만 원으로 동일하다. 1인실도 일반 병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모현센터의원의 최 로사 원장수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환자들에겐 입원비가 무료”라며 “경기도청이 지원비를 일부 대 주지만 모자란 부분은 센터 측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 바로 옆 수녀원에서 상주하는 최 로사 원장수녀도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 최 로사 수녀는 낮이든 새벽이든 환자들에게 임종의 순간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달려간다. 윤 간호팀장은 “가톨릭이 운영하는 다른 호스피스에도 호스피스 병동 담당 수녀님들이 계시지만, 센터 바로 옆에서 24시간 대기하고 돌봐주는 건 모현센터의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가정간호와 연계해 말기 환자 돌봐

모현센터의원은 서울에서도 말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 병원을 설립한 수녀원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1989년부터 운영하는 ‘모현 가정호스피스’ 서비스를 통해서다. 서울 용산구를 근거지로 운영 중이다. 또 정극규 모현센터의원 의료원장은 화, 목요일마다 병동이 아닌 가정에 머물고 싶어 하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포천에서 서울로 원정 진료를 나가는 셈이다. 최 로사 원장수녀는 “서울에서 가정호스피스를 받다가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길 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포천 모현센터의원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모현센터의원 의료진은 “말기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시간을 갖기엔 너무 늦게 호스피스를 찾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밖에 대안이 없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곳’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입원 등록을 해놓고도 주저하다 늦게 오는 환자도 많다.

매년 암 등 말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7만여 명. 이 중 호스피스센터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3.6%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대만 등 호스피스 이용률이 30%를 훌쩍 넘는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정 원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들에게 호스피스 완화치료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의료진도 환자가 의미 없는 치료에 더 비용을 들이기보다 남은 삶을 정리하고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게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선정위원 한마디 “종교적 헌신 더해진 호스피스 케어 돋보여” ▼


착한병원 위원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책임지고 있는 포천 모현센터의원에 큰 박수를 보냈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특히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배려한 자연채광과 테라스 등 공간을 넓게 확보한 것이 돋보였다”며 “종교단체와 연계해 운영 중인 만큼 환자들을 향한 희생과 봉사정신 또한 남다른 것 같다”고 평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도 “종교적인 헌신이 더해져 더욱 훌륭한 호스피스 케어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병동 운영에 따르는 재정적 부담은 안타까운 점으로 지목됐다. 장 대변인은 “정부 보조가 모자라 병원에서 나머지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며 “병원 급에 따른 호스피스 의료 수가가 아닌, 진료 내용에 따른 차등 수가가 적용된다면 모현센터의원에서와 같은 양질의 진료 서비스가 다른 병원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천=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호스피스#케어#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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