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칼럼] “경어 사용 교육으로 존중의 문화 가르쳐야”

  • 입력 2014년 6월 25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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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특징 중 하나는 대화 상대자의 나이에 따라 경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언어 예절의 핵심 역시 존댓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존대법이 언젠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조차 흔들리고 있으며, “반말이 평등한 관계를 만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와 함께 연장자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는 당위마저 희석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육아전문가가 ‘경어 사용 교육’이 예절교육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경어 사용 교육을 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지난해 ‘교육부의 2차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의하면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35.3%로 폭력의 양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언어폭력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울 재동초등학교 등 10여 개 초등학교가 어린이들에게 존댓말 교육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는 ‘~씨’, ‘~님’이라고 부르고, 평소 대화에서도 ‘~습니다’, ‘~해요’라고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 사이에서의 싸움, 욕설, 왕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한다.

아이들 사이의 다툼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바르고 고운 말은 폭력 없는 행복한 교실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댓말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존댓말은 수직 관계에서 사용하는 권위적인 어법이 아닌, 상대방을 높임으로써 나를 높이는 ‘경어’인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만 경어 사용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먼저 경어 사용을 실천해야 한다. 존중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경어 사용은 가정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아이를 부모의 입장에서 상하관계 식으로 꾸짖기보다 존중하는 말투로 훈육한다면 부모도 감정을 제어할 수 있고 자녀는 인격체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존댓말의 힘은 실로 커서, 불같은 부부 싸움도 비인격적이거나 심한 말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고, 자녀에 대한 꾸중도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했다. 옛 성현들이 “성공하고 싶으면, 먼저 바른 습관부터 기르라”고 했던 것도 귀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존중의 미덕을 알려주는 경어사용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말 세상이 곧 인간 세상의 잣대임을 자주 경험하는 요즘, 어려서부터 상대를 존중하는 존댓말 쓰기가 몸에 밴 괜찮은 인성과 사회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의 세상을 위해 ‘경어사용’을 적극 제안한다.

임영주 교수는...
임영주 박사는 부모교육전문가,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EBS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사진·칼럼제공 : M미디어 라메드(www.egih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