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추락 즐기며 질투심 해소… 인격권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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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의학]연예인 누드사진 관음 심리

[뉴스 속 의학] 연예인 누드사진 관음 심리
《 가수 에일리가 누드사진 유출로 곤욕을 치르면서 지금은 유출 당사자가 누구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누드 영상이 유출된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영상이나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진다. 이런 사건의 이면엔 훔쳐보는 심리와 폭로하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다. 과연 누가 왜 이렇게 훔쳐보고 폭로하는 걸까.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런 심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

○ 훔쳐보는 사람들의 심리

관음증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부모의 성관계 장면을 어린 시절에 보면서 느낀 충격과 흥분이 관음증이란 욕망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는 학자가 있다.

SNS나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연예인의 노출 사진을 보는 이들의 심리는 좀더 복잡 미묘하다. 유명 연예인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야말로 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다. 이들에 대해선 동경과 시기, 질투심이 서로 섞여 있다.

삼성서울병원 유범희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훔쳐보는 사람은 연예인의 가장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되고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에서 부러움과 질투심을 해소한다. SNS에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옮기는 행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도 원인. 연예인에 대해 대중은 동질감이나 친근감을 갖는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달리 그들의 인격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이 덜하다. ‘연예인이니까’라는 말로 이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관음증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성행위는 불가능하고 꼭 엿보는 상태에서만 성적 흥분을 얻는 경우는 병적인 성적 도착 상태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꼭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폭로하는 사람들의 심리


둘 사이의 은밀한 비밀을 외부에 알려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연예인이다. 대개 매니저나 연인 또는 지인 등 가까운 이들이 폭로한다.

이들의 행동은 상식에서 많이 어긋나 있다. 상대방과 관계가 악화됐을 때 생기는 상실감이나 복수심과 연관이 있다. 상대방의 은밀한 부위나 함께 촬영했던 장면을 퍼뜨리는 행위는 조금 더 극단적이다. 복수심이 원인이지만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파탄시키겠다는 다분히 병적인 의도까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상대를 괴롭힐 목적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이런 일을 했다면 상대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는 반사회적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유범희 교수도 “이들은 인격적으로 덜 성숙했거나 정신병적 인격 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폭로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상대방이 찍어도 된다는 허락을 했어도, 나중에 유포하는 행위는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의 벌금)을 받는다.

○ 노출하는 사람들의 심리

노출증은 정신병리적 요소를 지닌 일종의 질환이다. 자신의 성기를 드러냄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비정상적 행동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사람의 노출은 이와 다르다. 최근 유행하는 누드사진이 그렇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멋진 몸매를 가졌을 때, 임신 상태를 기념해 찍기도 한다. 질환이라기보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성적인 면을 부각시킨 노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하는 행위는 다르다. 외부로 퍼져 나갈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을 찍고 보관하는 이들은 다분히 자기애적인 성향이 강하다.

유 교수는 “최근엔 형제가 많지 않아 어릴 때부터 부모나 주위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다. 여기서 생긴 자기애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과시적 노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연예인 지망생이나 아직 많이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듯이 찍는 경우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마음, 또는 이미 유명해졌다는 착각과 연관이 있다.

신 교수는 “어느 정도의 자기애는 결코 병적인 것이 아니지만 SNS의 발전으로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므로 사생활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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