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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독서人]“인류 구원의 길 찾았다… 유전자를 다스려야”

입력 2013-09-07 03:00업데이트 2013-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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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사용 매뉴얼’ 펴낸 한의사 출신 권용주 씨
‘이기적 유전자 사용 매뉴얼’의 저자 권용주 씨.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전북 내장산 자락 산골에서 태어나 서울에 한의원을 개업한 뒤 명의 소리를 들으며 돈을 끌어 모았다. 말재주가 좋아서 TV에도 자주 출연하다가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위원장과 국제이사를 맡고 해외의료봉사단을 조직해 세계 30여 개국을 누비며 명성도 쌓았다.

권용주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초대 단장(51)의 이야기다. 1990년대 가장 바쁜 한의사로 살다가 2000년 돌연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그가 최근 ‘이기적 유전자 사용매뉴얼’(카오스북)의 필자로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돈도 많이 벌어봤고, 유명해지면 행복해질까 해서 명함을 셋씩 들고 하룻밤에 저녁을 세 번씩 먹으며 바쁘게 살아봤지만 행복하질 않았습니다. 학창시절 때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모두 남이 정해놓은 프레임 속에 살아가느라 정작 나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한 나다움이 뭔지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걸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는 거기서 철저히 백수로 살았다고 했다. 그동안 번 돈으로 최소한의 생활비와 두 아들의 교육비만 충당하면서 자신은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공원에 가서 면벽수도하는 심정으로 자기다움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벼락처럼 깨달음이 찾아왔다.

“인간의 불만과 불행은 결핍에서 옵니다. 결핍의 다른 이름은 욕망, 욕망의 다른 이름은 본능, 본능의 다른 이름이 ‘이기적 유전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깨닫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로만 사는 거죠. 그 유전자를 통제할 수 있는 매뉴얼을 찾아낸다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다윈의 ‘종의 기원’,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본성에 대하여’,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 마이클 길버트의 ‘1회용 남자’ 같은 책을 읽으며 진화생물학을 독학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저작에 선정된 ‘이기적 유전자 사용매뉴얼’은 그런 독서와 사유를 온축한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모두 구석기 원시인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300만 년 인류 역사에서 구석기로 산 시기가 99.7%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 오래된 유전자와 현대적 삶의 간격을 극복하는 길은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유전자에 맞서는 일종의 쿠데타로서 새로운 습관을 길러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만의 유전자에 맞는 재능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를 모른 채 ‘남의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백수이고 이를 터득한 채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행백’(행복한 백수)이라는 것의 그의 결론이다. 그 행백을 호로 삼은 그가 그토록 찾던 ‘나다움’은 뭘까. “인문학과 의학의 결합으로서 한의학을 공부한 덕택에 생물학과 인문학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저술가가 아닐까 합니다. 하하.”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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