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호러-스릴러-코믹 ‘1타 3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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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레스테스 3부작’ ★★★☆

연희단거리패 제공
연희단거리패 제공
한 편의 연극을 통해 호러와 스릴러, 코믹 드라마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레스테스 3부작’(이윤택 각색) 관람의 묘미다.

이 작품은 올해 설립 20년을 맞은 우리극연구소가 배출한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세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다. 세 배우가 매년 젊은 배우를 선발해 1년간 훈련시키는 우리극연구소의 막내기수 배우들을 주축으로 삼아 ‘아가멤논’ ‘제주(祭酒)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을 3시간여 동안 풀어낸다. 김소희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을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 김미숙 이승헌은 코러스를 이끄는 코러스장으로 직접 출연도 한다.

1994년 결성된 우리극연구소는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 이윤택,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 소장 이병훈, 공연제작센터 대표 윤광진 세 연출가를 중심으로 젊은 배우들에게 한국적 호흡과 발성, 연기술을 연마시켜 왔다. 1기생인 김소희는 연희단거리패 대표이고, 4기생인 김미숙과 이승헌은 연희단거리패 배우장을 맡으며 그 연기술을 한껏 꽃피우고 있다.

고대 희랍비극 3대 작가 중 가장 선배인 아이스킬로스가 쓴 오레스테스 3부작은 개별 작품의 주제의식과 개성은 강렬하지만 세 작품을 관통하는 통일성이 부족하다. 1부 ‘아가멤논’은 트로이전쟁에 출전하면서 맏딸을 산 채로 희생물로 바친 아르고스 왕 아가멤논이 10년 뒤 승전보를 안고 돌아오지만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살해되는 내용. 2부 ‘제주를…’은 두 사람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비의 복수를 위해 어미와 그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3부 ‘자비로운…’은 아폴론 신의 명령에 충실하게 아비의 복수를 수행한 영웅이지만 동시에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아인 오레스테스를 놓고 아테네에서 열린 신들의 재판을 다룬다.

1부에선 아가멤논이 가부장적 폭군으로 그려지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에 맞서는 여걸로 그려진다. 하지만 2부에선 아가멤논은 고결한 영웅으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간부(姦夫)와 놀아난 요부로 바뀐다. 3부는 모계중심적인 1부와 가부장적인 2부를 교묘히 절충하면서 남성시민 중심의 아테네 민주정에 대한 찬사를 펼친다.

이번 작품은 이런 시대착오성을 능란한 연기술로 돌파한다. 1부에선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선혈 낭자한 복수의 화신으로 그려내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선뜩함을 안겨준다. 2부에선 아비의 복수를 위해 신분을 감춘 오레스테스(이재현)를 스릴러 속 킬러처럼 그려낸다. 3부에선 오레스테스를 벌줘야 한다는 ‘복수의 여신들’을 민중의 대변자로, 오레스테스를 옹호하는 아폴론과 아테네 신을 선민의식 가득한 엘리트로 풍자한다.

마지막엔 관객에게 오레스테스 재판의 배심원으로 표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중견과 신예의 어쩔 수 없는 연기력 격차는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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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평일 오후 8시부터 인터미션 10분 포함 200분. 주말 오후 4시부터 인터미션 30분 포함 220분 공연. 2만∼4만 원. 02-763-126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오레스테스 3부작#호러#스릴러#코믹#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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