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한류를 이끄는 학자들]<10·끝>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伊 카포스카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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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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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는 중국보다 중앙亞-지중해 영향 받아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가 동북아역사재단 내 자료센터에서 고구려 벽화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고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도상의 교류사를 쓰는 것이 꿈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가 동북아역사재단 내 자료센터에서 고구려 벽화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고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도상의 교류사를 쓰는 것이 꿈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바다 위에 떠 있는 대학’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포스카리대 강의실. 창밖으로 반짝이는 햇살이 지중해에 비치고 곤돌라가 유유히 흘러가면 이 대학 아시아·북아프리카학과의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34)는 한국사를 가르치다 말고 환상에 잠기곤 한다. 지극히 유럽적인 도시 베네치아와 한국학이 절묘하게 어울리며 그에게 ‘기적 같은 경험’을 선사하는 순간이다.

베네디티스 교수는 이 대학에서 한국사와 한국어 문법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원을 받아 두 달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사 교재 집필용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 교재는 카포스카리대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4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그는 “한국은 오랜 세월 대륙과 해양 세력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외래문화를 재해석해 더 멋진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고유문화를 유지하면서도 훌륭한 싱크리티즘(혼합주의)을 발휘한 한국인의 능력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베네디티스 교수는 이탈리아 나폴리동양학대 학부 시절 동양사를 공부하면서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한국학의 연구 자료가 적고 접근하기 어려움을 깨달았다. 이런 단점은 도리어 한국학을 깊이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뒤집어 생각하면 제가 학문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크다는 뜻이잖아요. 한국사를 이해하면 중국사 일본사를 아우른 동양사 전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평생 한국학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대학생이던 2000년 처음 한국을 찾아 경희대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나폴리동양학대에서 ‘신라 화랑도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고려대 한국사학과에서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당시 지도 교수였던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탈리아에 고대 에트루리아인이 남긴 벽화가 있으니 고구려 벽화와 비교연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고구려 벽화 연구를 시작했다. 2010년 중국 지린(吉林)대 고고역사학과에 연구생으로 머물며 고구려 벽화를 답사했고, 지난해 이탈리아 라 사피엔차대에서 논문 ‘고구려 벽화에서 본 고구려인의 생사관’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인들은 고구려 벽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고구려 벽화의 도상(圖像)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지중해에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중국에 벽화가 처음 나타난 건 기원전 2세기지만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이탈리아에선 그보다 훨씬 전부터 벽화가 제작됐거든요.”

그는 앞으로 10년간 ‘벽화로드’를 학문적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벽화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고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도상의 교류사를 정립하고 싶습니다. 아직 ‘위험한 가설’일 수 있지만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단순한 해석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면 자료 접근이 어려워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제3자로서 역사에 이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총 4년 정도 거주했고 한국어에 능통한 그는 2004년부터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공식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황석영의 ‘한씨 연대기’를 이탈리아어로 옮겼고, 요즘엔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번역 중이다.

지난해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에 교수로 임용된 그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 좋게 일찍 교수가 됐다”며 웃었다. “이탈리아에 한국학을 체계적으로 정착시키고 싶어요. 차세대 한국학자를 키우는 일도 멋지지 않을까요.”

::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는 ::

△1978년 이탈리아 캄포바소에서 출생
△이탈리아 나폴리동양학대 학사(동양사)·석사(한국어 및 한국문학)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이탈리아 라 사피엔차대 박사(한국고대사)
△2011년∼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아시아·북아프리카학과 교수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베네디티스#고구려 벽화#중앙아시아#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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