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석하정 “12년 기다린 올림픽 출전, 꿈만 같다”

동아닷컴 입력 2012-05-17 18:28수정 2012-05-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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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하정의 표정은 밝았다. 인천 삼산|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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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위해 12년을 기다렸어요. 그간 섭섭했던 것들이 다 사라진 것 같아요.”

석하정(28·대한항공)의 땀에 젖은 얼굴이 밝게 빛났다. 방금 경기를 마치고 왔지만, 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환한 웃음만이 가득했다.

“부모님도 몇 달 동안 잠도 못 잘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셨어요. 요 며칠은 전화기만 바라보고 계셨대요. 확정되자마자 전화드렸는데, 어머니가 ‘이젠 됐다, 이젠 됐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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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하정이 한국으로 건너올 때는 16살이었다. 하지만 23세가 된 2007년에야 비로소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 귀화규정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다. 국제탁구연맹(ITTF) 규정에 따르면 소속 연맹을 옮긴 선수는 3년이 지나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3년 있으면 한국 사람 되는줄 알았어요. 2년 지났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1년만 더 참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귀화에는 5년이 필요한 거에요. 그것도 한국에 5년간 계속 있어야 되더라구요. 미리 알고 있었으면 중간에 중국에 갔다 오고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러다보니 대회도 못 뛰고 연습만 7년 반을 했어요.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죠.”

당예서(32·대한항공)와 석하정 이후 중국 선수들이 한국으로 건너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지희(21·포스코에너지), 정상은(22·삼성생명) 등이 그들. 석하정은 “어린 나이에 시합을 많이 뛸 수 있다는 게 가장 부럽다”라고 했다.

석하정은 한국에 온 뒤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외동딸로 귀엽게만 자랐는데, 서로 도와주는 문화나 사람 사이에 예의를 지키는 문화 등을 배웠다는 것. 곁에 지나가던 ‘탁구 얼짱’ 서효원(26·KRA한국마사회)은 “하정 언니가 저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알아요”라며 웃었다.

인고의 세월을 거친 석하정은 강했다. 석하정은 2009-10년 종합선수권을 제패하는 등 빛을 발했지만, 2011년 어깨 부상을 당해 부진했다. 때문에 올해 초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과 카타르 오픈 준우승은 더욱 소중했다. 당예서-양하은(18·이상 대한항공)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런던올림픽 단체전에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1장의 티켓을 획득한 것.

“카타르 오픈이 끝나고 나서 ‘드디어 올림픽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좋게 생각하려고요. 올림픽에 늦은 나이에 나가니까, 오래 할 거예요. 다음 올림픽에도 나가야죠.”

석하정은 “결혼해도, 아기 낳아도 뛸 수 있을 때까지 탁구를 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석하정과 함께 이번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국가대표 깎신(수비형 선수)’ 김경아(35·대한항공)와 박미영(31·삼성생명)으로 모두 석하정보다 나이가 많다.

강희찬 여자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석하정에 대해 “기술적으로는 중국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라며 “다만 승부욕이 너무 강하다보니 정신적인 굴곡이 심하다. 기술이 좋은 선수니까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을 좀더 갖출 필요가 있다”라고 평했다. 올림픽에서 석하정은 단식 2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도, 싱가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런던올림픽 결승에서 중국이랑 붙었으면 좋겠어요. 꼭 메달 따겠습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

인천 삼산|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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