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oad]한가로운 요트장 옆 열광의 서킷 ‘절묘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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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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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아부다비 F1 그랑프리 현장을 찾아서

13일 아부다비 F1 그랑프리 경기에서 대회에 참가한 머신(경주용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선두는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이다. 아부다비=EPA 연합뉴스
13일 아부다비 F1 그랑프리 경기에서 대회에 참가한 머신(경주용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선두는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이다. 아부다비=EPA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한국과의 원전 수출 계약으로 익숙해진 이름이라면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관광으로 차츰 이름을 얻어가고 있는 도시다. 전남 영암과 인도 뉴델리에 이어 올해 17번째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열린 아부다비를 13일 찾았다. 아부다비 관광청의 초청으로 방문한 이곳에서 오일머니가 관광자원으로 바뀌어가는 ‘실용적 이슬람 국가’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요트와 어우러진 F1 경주차

F1 아부다비 그랑프리 경기장의 명칭은 야스마리나서킷. 이름처럼 요트 정박지를 끼고 서킷을 만들었다. 중동 국가지만 200여 개의 섬을 가진 아부다비 특색을 잘 살린 선택으로 보였다. 2009년 첫 문을 연 이곳은 천연 휴양지인 야스 섬에 자리 잡았으며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은 마리나서킷뿐만 아니라 호텔, 골프장에 테마파크까지 들어서 복합레저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패덕클럽에서 바라본 서킷의 모습은 석양을 맞으며 질주하는 차들과 정박한 요트들의 실루엣이 절묘한 대조를 이뤘다. 아부다비는 F1 경기 가운데 드물게 오후 5시에 시작해 야간 경기로 치른다. 중동의 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일몰 이후 시간대가 오히려 특색이 됐다. 패덕은 원래 경마장에서 말들이 경주를 준비하는 마구간을 뜻하지만 F1 경기장에서는 경주용 자동차 보관과 정비가 이뤄지는 피트 위 관람석을 ‘패덕클럽’이라고 부른다. 주로 스폰서 기업들에 제공하는 VIP 공간으로 아부다비 F1 기간 패덕의 이용가격은 5000달러(약 570만 원).

폴 매카트니까지 초청한 축하공연


2011년 아부다비 그랑프리의 우승컵은 영국 선수 루이스 해밀턴(26·영구·맥라렌)에게 돌아갔다. 자국팀의 승리에 취했는지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이날 밤 12시가 되도록 2시간 30분 동안 열정적인 콘서트로 레이싱 관람객을 즐겁게 했다. 68세의 나이가 무색했다. 그 역시 F1과 관광객 유치를 묶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것이다. 이에 앞서 10, 11일 아부다비에는 한국 가수 서인영과 나인뮤지스가 다녀가기도 했다.

경기를 보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아도 실망하긴 이르다. 트레이드마크인 붉은색만큼 독특한 외관으로 발길을 붙잡는 페라리 월드가 있어서다. 지난해 개장한 페라리 월드는 페라리를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이자, 20만 m²의 용지에 8만6000m²의 실내 면적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다. 건축비로 200억 달러 이상을 들였다고 한다. F1 시뮬레이션을 비롯해 각종 놀이시설이 있어 F1 대회와 무관하게 1년 내내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서킷을 직접 경험해볼 수도 있다. 2열 좌석으로 제작된 F1 경주차에 오르면 10기통 700마력의 힘으로 시속 300km까지 달릴 수 있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해주며 비용은 2000달러(약 230만 원)부터. 자신의 차를 직접 야스마리나서킷에 가져와 달려볼 수도 있다. 전문 지도자의 강습을 받는 반나절과 종일 과정이 있으며 가격은 약 22만 원부터 시작된다.

영암호를 끼고 있지만 ‘마리나서킷’이라 부르기엔 어색한, 아직 일반인의 참여 프로그램도 없는, 그러면서 매년 F1 경기를 개최할 때마다 불어나는 적자로 허덕이는 영암이 아부다비에서 배울 점이 꽤 많아 보였다.

아부다비=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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