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한방 보따리]야생 약초, 남용하면 ‘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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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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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무렵이면 약초를 채집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다. 늦더위가 물러가고 초가을 바람이 불 때의 약초가 몸에 좋다는 소문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집한 약초를 복용했다가 탈이 나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지인이 간에 좋다는 인진쑥을 달여 먹고는 간 독성수치가 급격히 오르고 황달이 생겨 입원했다. 한약명으로 인진호(茵蔯蒿)인 인진쑥은 간에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간독성이 생겼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런 사고는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독초를 약초로 오인하는 경우고, 두 번째는 용량을 넘겨 복용하는 경우다.

1976년 5월 14일자 동아일보는 등산객들이 지리산의 독초를 약초로 오인해 복용한 사고 기사를 실으면서 그전에 일어났던 인명 사고를 소개했다. 희생자는 모두 당귀와 외형이 비슷한 개당귀, 즉 지리강활을 당귀로 잘못 알고 그 잎으로 쌈을 싸서 복용한 바람에 사망에 이르렀다.

이런 사고가 30년인 지난 요즘도 일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책자를 발간하는 등 이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사 사고가 재발하는 상황이다. 식물을 혼동하는 바람에 탈이 나는 것은 후진국형 사고지만 여전히 ‘현재형’이다.

약초의 용량을 지키지 못해도 피해를 본다. 얼마 전 마황 실험 보고서에서 마황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얼마만큼의 마황을 투약하면 실험용 쥐의 50%가 죽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보고서였다. 어떤 약재든 과도하게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물도 과도하게 마시면 탈이 난다. 약초에는 약물의 편향된 성질인 편성(偏性)이 있다. 그런 약초를 과량 복용하면 당연히 몸에 해롭다. 외국 슈퍼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의 포장지를 보면 과량 복용에 따른 경고문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해열진통제를 과량 복용하면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식이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인진쑥이 간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용량에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논문도 나왔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약초가 흔하고 친숙하다고 해서 과량 복용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둬야 한다.

한진우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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